[논평] 헌법재판소 일반교통방해 합헌에 대하여

2010-03-25 204

[논 평]


헌법재판소의 일반교통방해 합헌 결정에 대하여


 


1. 오늘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하여 단 한명의 반대의견도 없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루로서의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서 심히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과연 헌법재판소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2.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도로를 손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최대 징역 10년의 중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만든 독일이나 독일을 통해 이를 받아들인 일본에서는 처벌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도록 처벌대상 행위를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정도의 위험한 공격”, “교통로의 표지 기타 부속물의 손괴, 제거 또는 변경행위”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재판실무에서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행위를 도로를 파괴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상황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을 통하여 일반교통방해죄를 형법에 도입하면서 단지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라고만 규정하여 ‘기타 방법’이 무한히 확대해석될 여지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공안기관에서는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행위를 도로를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해 왔다.


 


3. 굳이 독일과 일본의 입법이 우리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여 선진적이라는 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도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와 도로에서 사람이 집회․시위를 하는 행위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손괴나 불통(장애물 설치)은 형법 여러 조항에서 범죄행위로 금지하는 행위이고 집회나 시위는 우리 헌법상 기본권을 실현하는 행위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이루는 행위로 헌법재판소도 최대한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두 행위를 같은 것으로 보아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도 일반인의 상식이나 기본적인 법리에서 한참 벗어나는 법해석과 법운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적인 입법방식과 그에 따른 처벌의 무한확대의 문제점은 법무부도 잘 알고 있다. 이미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는 형법개정안에서는 일본과 같이 현행의 ‘기타 방법’ 대신 ‘교통로의 표지 기타 부속물을 손괴, 제거, 변경하거나 허위의 표지나 신호를 하여’라고 명확한 규정방식을 취하여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하는 행위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5. 헌법재판소의 이번 합헌결정은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성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입법적 개선 노력마저 후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명확한 형벌조항에 의해 국민들이 행위가 처벌될 수 있다면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딛고 다니는 듯한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헌법은 국민들이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된 형벌조항에 의해서만 형사처벌을 받게 하도록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6.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위헌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단순히 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로를 파괴하는 행위나 도로를 장애물로 불통시키는 행위와 동일하게 중형으로 처벌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번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무부의 형법개정안을 중심으로 조속히 위와 같은 전대근적인 일반교통방해죄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입법례에 맞게 올바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사명을 방기한다면, 국회가 입법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2010년 3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 승 헌

첨부파일

0325_[논평]헌법재판소의 일반교통방해 합헌 결정에 대하여_사무_08.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