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불법파견의 주범 정몽구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화하라!

2013-04-19 216

[성명서]


불법파견의 주범 정몽구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화하라!




지난 4월 16일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 사내하청분회 김학종 조직부장이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답게 살고싶다”, “자식에게 비정규직 물려줄 수 없다.”고 외치며 분신을 기도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기아차 광주공장이 자동차 증산으로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규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게 우선권을 주는 등 차별적인 신규채용을 강행하자 이에 맞서 기아차 광주 사내하청 분회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개월 이상 천막농성을 2개월 이상 진행해오던 중이었다.



그에 바로 앞선 지난 4월 14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현대차의 촉탁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올해 1월 말에 근로계약기간 만료라는 이유로 일터로부터 쫓겨난 노동자 한 명이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하였다. 이 노동자는 2008년경부터 현대차 사내하청 소속으로 10개월, 6개월 등 결원이 된 공정에서 근무하였고, 2011년 1월부터는 엔진변속기 공장에서 16개월 동안 근무하던 중 작년 7월 “별 문제없으면 촉탁직으로 2년 정도 근무할 수 있고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높다. 촉탁직 전환을 거부할 경우 당장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등의 회유와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현대차의 촉탁직 전환을 수용하였다. 당시 이처럼 촉탁직으로 전환된 인원이 무려 1,500여명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촉탁직 전환 조치는 작년 8월 2일부터 하루라도 불법파견을 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시행되면서 이를 회피하고자 벌인 꼼수였다. 현대차는 그마저도 촉탁직 2년 근무 가능성에 대한 언질을 뒤집고 만일에 대비하여 사내하청 근무기간과 촉탁직 근무기간을 통산하여 2년이 되기 직전인 올해 1월 촉탁계약직들에 대해 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정규직 전환만을 고대하며 촉탁직으로의 전환도 수용하고 잔업·특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만 했지만 돌아온 건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해고였다. 해고된지 3개월이 지나지도 않아 현대차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고뇌하던 29세의 청년은 서른도 안 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어지는 분신과 자살의 배경에는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현대기아차 자본의 불법고용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시 자신과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 내용을 무시하며,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들 중‘일부’에 대해서만‘단계적’으로‘신규’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개정 파견법에 따른 불법파견 즉시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단기계약직인 6개월의 촉탁계약직으로 일시 채용한 뒤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는 술수를 동원하고 있다.



온갖 차별을 감내하며 정규직이 되기를 희망했던 촉탁계약직 노동자의 자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노조 간부의 분신, 그 배경에는 이처럼 비정규직의 비참하고 고단한 현실이 존재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넘기 힘든‘신분’의 장벽과도 같다. 일상화된 고용불안과 차별, 비인간적 대우 등 비인간적인 요소들로 응축된 비정규직은 이제 21세기 경제적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그 간극에서 느껴야 할 비정규직의 좌절감이란 상상을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분신과 자살은 비정규직의 설움과 절망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현대기아차그룹과 정몽구 회장은 자신들의 탐욕과 불법경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고통을 받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서 근로자파견을 금하고, 사법부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이 불법파견임을 거듭 확인하고, 고용노동부도 시정조치를 요구한 마당이다.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에 대해 진실로 사과하고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차별적인 고용행태를 시정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현대기아차와 정몽구 회장의 법 위의 불법경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직접고용 행정명령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10년 이상을 대한민국의 입법과 사법 그리고 행정을 능멸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에 대해 구속수사와 엄중처벌을 해야 한다. 이미 현대기아차에서는 오래전부터 불법파견 수사에 대비해 관리자 교육과 서류 조작 등을 일삼는 등 명백한 증거인멸행위를 해온 것으로 의심이 되므로 구속수사가 필가피하다.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2006년 이를 무혐의 처분했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거듭된 인용판결과 최근 지엠대우의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유죄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는 도를 넘고 있다. 참다못한 법학교수 35명이 지난해 또다시 사법정의를 촉구하며 정몽구 회장 등을 파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수사결과를 미룰 것인가? 신속성과 엄정성을 상실한 수사는 그 자체가 불의이자 범죄에 대한 방조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지금까지 이운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윤주형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자살하였고, 또 다시 두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자살과 분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 정규직 고용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차별적인 사내하청 노동을 합법화하여 고착시키려는 사내하도급법(일명 정몽구 구제법) 제정을 중단하고, 현대기아차에서 지속되고 있는 불법파견과 차별의 문제부터 법대로 해결하라.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둥 감상적인 허언만을 날릴 것이 아니라 동일한 불법파견 확인시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겠다던 공약대로 동일한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 공약도 선거 캠페인용이었는지 정부와 대통령은 대답할 차례이다.



2013년 4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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