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구시대적 개정 경범죄처벌법과 시행령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

2013-03-13 165

 

[성 명]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구시대적 개정 경범죄처벌법과 시행령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

 

 

정부는 1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첫 국무회의를 열어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법시행령(이하 “개정 시행령”)은 작년 3월 전면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마련된 것이다. 이미 언론이나 네티즌들은 개정 시행령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개정 시행령은 개정 경범죄처벌법(이하 “개정법”)에 따른 후속조치인 만큼 개정법과 함께 그 문제유무를 살펴야 한다. 개정법과 시행령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 동안 경범죄처벌법이 폐지되어야 할 이유로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법규정의 추상성과 그로 인한 자의적 법집행의 가능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즉, 개정법은 기존 경범죄처벌법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이유”, “함부로”, “억지로”, “못된”, “몹시” 및 “지나치게” 등 그 판단기준이 모호하여 자의적인 법적용의 위험성이 큰 용어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둘째, 개정법은 28개의 범칙금 부과대상행위(이하 “범칙행위”)를 새로이 추가함으로써 사법기관의 관여 없이 경찰의 판단에 의해 처벌이 이루어지는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이렇게 새로이 범칙행위로 포함된 것에는 과다노출이나 지문날인거부 등 종래부터 인권침해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되어 왔던 것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어 보다 쉽게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범칙행위가 확대되면서 경찰이 의도적이거나 실수로 형사처벌할 행위를 범칙행위로 처리하게 되어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개정법 제8조 제3항 및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동일한 행위로 인해 다시 처벌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잘못 집행하여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이 범칙금만 내고 면죄부를 얻는 경우가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개정 시행령은 스토킹 등을 말하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범칙금 8만원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스토킹은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1990년부터 여러 주에서 스토킹을 징역형에 처하는 ‘반(反)스토킹 법’을 시행하고 있고, 일본은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시행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 시행령은 이러한 행위를 거짓전화를 한 행위 등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기존 경범죄처벌법은 타인에게 구걸행위를 시키는 것만 처벌하였으나 개정법은 구걸을 하는 사람까지도 처벌하고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걸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이렇게 개정법과 시행령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폐지가 논의되어 왔던 경범죄처벌법을 오히려 강화하고 오로지 경찰의 편의만을 고려하여 자의적 법집행의 가능성을 확대한 것이다. 반면에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국민의 자유는 심대하게 침해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경범죄처벌법 하에서도 매년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되어 왔고, 이명박 정부가 법치를 강조하였던 2008년도에는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처벌되었다는 점을 보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다.

 

당연히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경범죄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살피고,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대폭 개정하거나 폐지하여 경찰의 자의적 법집행과 국민의 자유침해를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임은 개정법과 시행령의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2013년 3월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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