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성명] 부마민주항쟁 과정에 있었던 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역사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012-11-29 157

[성명]

부마민주항쟁 과정에 있었던 공권력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역사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1979. 10. 16.부터 같은 해 10. 20.까지 부산지역과 구 마산지역을 중심으로 유신체제에 저항하며 벌어진 시위인 부마항쟁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기나긴 독재를 마감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역사적 시민항쟁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부마 민주항쟁의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 참가자들을 불법적으로 연행, 감금하였고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각종 고문을 자행하였으며 이러한 고문에는 여대생들에 대한 성고문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수사관들에 의해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은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진행되어 지난 11. 9.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관들의 고문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유신체제가 고도로 진행하던 중이라 수사관들에게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회피할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웠고, 원고들이 사회지도층으로 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50여일이 넘는 불법구금과 각종 고문에도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위자료를 산정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판결문에 나타난 사법부의 역사인식과,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고문 범죄에 대한 희박한 범죄의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유신체제 하에서 저질러진 국가 공권력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는 엄정하게 불법임을 선언하고 그 불법성에 비례하는 배상 판결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유신체제 하에서 저질러진 것이기 때문에 그 불법성을 엄격하게 물을 수 없다는 논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선언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의 역할을 포기한 궤변일 뿐이다.

 

또한 국가 범죄의 피해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사회 지도층이 되었다는 점은 개개인의 힘겨운 노력으로 이룬 성과일 뿐, 고문의 가해자가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것이므로 가해자 측의 책임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논거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분 판결문에 나타난 사법부의 논리는 과거사 정리와 관련된 사건에서 국가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배상요구가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라기보다는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적인 것이라는 그릇된 역사인식이 전제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과거 청산은 진실규명을 가장 기본으로 하여 피해자 지원, 가해자 처벌, 기념사업, 재발 방지의 단계까지 나아가야 제대로 될 수 있다. 부마 민주 항쟁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일부 진실규명이 이루어졌으나 그 다음 단계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있었던 항소심의 판단은 우리 사법부가 피해자 지원은 물론 가해자 처벌에 대해서도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 판결을 받은 원고들은 사법부의 공식적인 견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어제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대법원은 부마민주항쟁 과정에 있었던 고문과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012년 11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장 완 익 (직인생략)

첨부파일

[성명][최종본] 부마항쟁 판결 – 과거사위 121129.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