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에 대한 해괴한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

2012-03-30 253

[성 명 서]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 설립신고에 대한 해괴한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28. 6급 이하 공무원 약 14만 명이 가입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과천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 민원실을 방문하여 노조설립신고서와 규약을 제출하고 노조설립신고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설립신고서를 접수한 고용노동부는 각 지방노동청을 통해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가입한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 가입 대상여부 확인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 공문은 “설립신고를 위해 제출한 임원 및 산하조직 대표자에 대해 공무원노조 가입제한 대상(해직자, 업무총괄자) 여부 등에 대해 사실조사가 필요하여 방문 조사하고자 하니 협조”하라는 내용으로, 공무원노조의 각 지부장 소속부서 조직현황, 공무원노조 조직도, 사무(업무)분장표, 실제 수행업무내역, 업무 관련 결제 문서, 근무상황 결제 공문, 지부장 근무상황부, 출장내역서, 위임전결규정 등 임원 및 산하조직 대표자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문서를 준비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임원 및 산하조직 대표자에 대한 사찰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 제1)고 하고, 이를 반영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누구든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법 제5)고 규정하여 단결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를 명문화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행정관청이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노조법에서는 행정상 노동조합의 자주적, 민주적 운영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신고제를 택하고 있을 뿐이며, 신고제가 자칫 행정관청의 허가제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고 시 제출서류와 그 심사대상을 설립신고서와 규약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마치 설립신고증 교부가 자신의 재량사항인 것인 양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지방자치단체에게 임원 및 산하조직 대표자에 대한 근태 관련 서류 등 온갖 자료를 요구하고 그에 대한 심사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노조법에 근거가 없는 자의적 심사일 뿐만 아니라 그 무법적 심사에서 사소한 흠결이라도 발견되면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서 발상 자체가 신고주의를 망각한 위헌적이요 위법한 허가제의 망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전국공무원노조 구성원에 해고자, 업무총괄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고, 노동조합을 불법단체로 몰아 노조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가혹하게 탄압한 바 있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범위를 기업 단위 근로계약관계를 중심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나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6급 이하의 공무원들에 대해서마저 행정관청의 자의적 해석으로 가입범위를 축소하고 그 중 몇 명이라도 가입되어 있다면 14만 명이나 가입된 단체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태도는 단결금지법이 존재하던 19세기 내지 20세기 초 산업혁명의 시기에나 가능했던 몰상식하고 반역사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법률에 근거도 없는 해괴한 재량적 심사를 중단하라.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에 반하는 자격심사와 허가제 운영을 즉각 중단하라. 고용노동부의 심사 의도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공무원노조에 대해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법적 자격을 박탈하고 불법단체로 몰아 공권력에 의한 통제와 탄압의 빌미를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청년유니온, 건설노조, 운수노조, 전교조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합원 자격을 시비 삼아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기존 설립신고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노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대한 행정당국의 개입을 강화해온 노동통제적 정책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등록절차가 관할관청에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은 노조 설립에 대한 중대한 장애요인으로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ILO의 권고를 유념하기 바란다.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노동조합 자유설립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지 말기 바란다. 노조법에서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설립신고서와 규약에 대해 심사를 하고 기재사항의 누락 여부를 검토하여 흠결이 없는 이상 즉시 설립신고서를 교부하라.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미 14여만의 공무원노동자들이 적법하게 가입한 헌법적 단결체이자 합법적 노동조합이다. 만일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노동조합의 지위를 부정한다면 이제 심사대상은 고용노동부 자체가 될 것임을 경고해둔다.


 


 


2012 3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첨부파일

120330_성명서_공무원노조설립신고.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