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용산참사 관련 기자회견 참가자마저 연행하는 불법체포를 규탄한다!
[성 명 서]
용산참사 관련 기자회견 참가자마저 연행하는
불법체포를 규탄한다!
용산참사의 수사기록을 은폐하려는 공권력의 만행이 이제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산참사의 유족들과 참가자들까지 체포·연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5월 14일 12시 50분경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용산참사의 유족들과 함께 수사기록의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검찰의 진실은폐와 편파·왜곡수사에 대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산철거민들의 변호인인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한 참석자 7명이 체포·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유족들과 대책위는 같은 장소에서 「진실은폐, 편파․왜곡수사 검찰 규탄대회」를 개최하고자 집회신고를 하였으나, 경찰은 폭력시위가 우려된다는 상투적인 이유로 신고서를 반려하였다. 부득이 대책위가 집회 대신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하여 12시 50분경 항의서한 낭독을 끝으로 기자회견 종료를 선언하고 해산하던 중 경찰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둘러싸 연행하고, 이에 항의하던 권영국 변호사 등 시민들을 줄줄이 체포․ 연행하였다.
현 정부가 작년 촛불집회를 비롯해 가깝게는 5/1 노동절 집회 등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집회 및 시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폭력적으로 진압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오늘 용산사건에 관한 기자회견마저 집시법 위반죄로 체포․연행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경찰은 인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자진해산하던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그러나 경찰이 체포연행에 어떤 사유를 붙인다 해도 이는 어떤 법조문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그저 불법체포이자 불법감금일 뿐이다.
우리는 오늘의 체포연행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나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진상규명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관련 수사기록 전부를 제공해 달라는 용산사건 피고인들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폭압적으로 묵살하고 그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이 경찰력을 동원한 사건이라 보고 있다.
그 동안 용산사건의 피고인들과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들은 1만여 쪽의 수사기록 중 약 3천 쪽을 제공하고 있지 않는 검찰에 대해 법원의 열람등사허용결정을 받아 수사기록의 제공을 요구하였지만 번번이 거절당하였고,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공할 때까지 공판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며 변론을 거부하면서까지 수사기록을 교부받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마저 거부당하자 변호인들은 이대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어 급기야 오늘에는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유가족들과 대책위 관계자들은 수사기록을 은닉하고 있는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만약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수사기록 속에 용산참사의 진실과 관련된 것이 없다면 하다못해 등사는 아니더라도 변호인들에게 열람까지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검찰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함으로써 수사기록의 내용이 정당하지도, 떳떳하지도 않으며 용산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검찰은 스스로를 공익의 대변자로 자처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가늠할 수사기록의 제공을 거부하며 용산사건의 재판을 짜 맞추기 재판으로 몰아가려는 그간의 모습 앞에서, 그리고 정당한 항의를 전하려는 용산참사 관계자들의 기자회견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오늘의 모습 앞에서, 우리는 검찰이 더 이상 스스로를 공익의 대변자로 자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합법적으로 요구하는 수사기록 일체를 교부하여 용산참사의 진실 규명과 공정한 재판의 진행에 협력하라. 나아가, 오늘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체포․감금한 행위를 사과하고 연행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2009. 5.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승헌
성명-용산기자회견연행(0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