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중 변호사 퇴거조치 규탄한다
“피의자 신문에 참여 중인 변호사에 대한
물리력 행사, 강제퇴거조치 규탄 성명 발표해”
우리는, 지난 8일 국가정보원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조사를 받던 일명 ‘일심회’ 사건 피의자들의 변호인이, 신문 참여 도중 변호권을 제한받고 강제로 퇴거당하였다는 사실을 접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모임 회원인 장경욱 변호사에 따르면, 9일 변호인 참여 도중 국정원 수사관들은 변호인의 좌석을 피고인의 뒤쪽에 앉으라고 강요하고 메모도 하지 못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신문 중 부당한 신문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변호인에게 수사방해라고 하면서 퇴거를 요구했고, 변호인이 퇴거요구에 항의하며 ‘퇴거사유의 확인’ 및 ‘퇴거요청자들의 성명 확인’을 요청하였으나 이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3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양팔을 잡고 강제로 조사실 밖으로 밀어내 퇴거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변호인 참여권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보장된 기본적 인권이며, 수사단계에서 변호인과 접견 교통하고 변호인의 참여 아래 신문받는 것은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진술거부권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권리이다. 변호인 참여권은 대법원(대법원 2003.11.11.선고 2003모402결정)이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인정할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나아가 참여시 ‘변호인의 위치’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옆에 앉을 수 있다’고 하였고 ‘조언․상담에 대해서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4.9.23.선고 2000헌마138결정). 최근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우리 정부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재판 전 피의자 구금동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당사국의 방해”에 우려를 표하였고, 특히 “신문 동안에도 경찰관이 수사방해, 공범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의 이유로 변호인 조력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변호인이 앉을 자리를 피의자의 뒤 쪽으로 부당하게 제한하고, 나아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변호인을 물리적으로 강제 퇴거 시켰다는 것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과 결정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심각한 도전일 뿐 아니라, 변호권 및 자백을 강요받지 않고 변호인의 조력 아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 위헌․위법 행위이다. 국정원의 위법한 행위는 담당 변호인단이 제기한 준항고와 헌법소원 등 법적 절차에 의해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누구보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하는 권력기관이 스스로 법정 절차를 위반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위법 행위까지 저지르면서 또다시 국가보안법을 남용하는 국가정보원의 행태를 통해, 우리는 이 법과 그 기관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강압적인 조사와 변호권 제한 등 무리한 방법으로 수사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진행하게 될 검찰은, 수사지휘자로써 그 동안의 위법 수사책임자를 밝혀 책임을 추궁하고 엄정한 법 집행기관으로서 그 책무와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