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선거봉쇄지침 철회하라

2006-01-26 236

민변, 공무원노조 선거에 대한 성명발표해

2006. 1. 24. 새해 벽두부터 정부는 1. 25.~26. 양일간 실시 예정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의 임원 선거 및 민주노총 가입 여부 찬반투표’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원천봉쇄하라는 지침을 전국 각 시군에 시달하였다.

우리는 지난 2004. 11.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무원노조의 파업과 그로 인해 해직을 당하고 거리로 쫓겨난 많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아픔을 기억한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일선 공무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라며 입만 열면 되뇌어온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공무원 노동자들의 손과 발을 묶고 입과 눈마저 가리는 악법 중의 악법을 입안하였고, 약속을 지키라며 정당한 항의를 한 공무원들에 대하여 2천여명이라는 전대미문의 대량 징계를 서슴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인천지방법원, 춘천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등 사법부는 위 징계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잇달아 선고함으로써 정부의 과잉대응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정부가 입안하고자 하는 특별법 시행령의 위헌성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현재의 어리석음을 시정하라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가르침을 전해준다. 하지만 정부는 위와 같은 잘못된 역사로부터 지혜를 얻기는커녕, 우여곡절 끝에 2006. 1. 28. 그 시행예정인 ‘반쪽짜리 법안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시행되기 불과 3일을 앞두고 그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허용하고 있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마저 부정하는 지침을 시달함으로써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특별법은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여부 찬반투표’를 문제 삼는다면 이는 정부 스스로 강변했던 공무원노조 특별법마저 부정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모든 노동관계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 결정을 근본으로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단체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 행위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노동조합 활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에 공무원노조 특별법 역시 사용자의 부당한 지배·개입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써 금지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사용자인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축제인 임원 선거를 원천봉쇄하고 나서고 있다. 이는 명백히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에 사용자가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어찌 됐든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가 끝도 없이 주장하는 ‘평화적 노사관계’는 상호 신뢰와 상호 존중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만무할 것이다. 법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는 것이라면 공무원노조 합법화라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져 있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금지하고 있는 파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소한의 노조설립 행위를 하겠다는 것에 불과한터에 3일 상간이라는 형식적이고 도그마틱한 근거를 내세워 공무원노조의 선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3류 코메디에 불과하다.

지난 2005. 5. 정부중앙청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축사를 받으며 거창하게 노조 출범식을 거행한 중앙 부처 공무원노동조합들의 예는 어떠한가. 2005. 12. 대법원 청사 내에서 법관들의 축하를 받으며 노조사무실 현판식을 거행한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예는 또 어떠한가. 공무원노조 특별법 시행 전의 행위들이니까 모두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집단행동금지에 저촉된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 행사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법관들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할 것인가?

정부가 주창하는 노사평화는 혹시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용자를 위한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인가? 시정잡배들조차 펴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정부가 고집하려 하는가? ‘민주주의의 확장,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시대의 흐름은 거슬러서는 안 될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서 싸워왔던 현 총리이기에 더더욱 역사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 특별법 시행을 불과 3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공무원노사관계를 갈등과 투쟁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극한 방식의 지침을 시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사 합법적인 노조활동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보다 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공무원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집단이기주의에 현혹되지 않고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활동을 하는 공적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북돋워주고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하고,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합리적인 제도를 받아들이고, 공무원노조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상호 설득을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첫 걸음을 공무원노조와 함께 내딛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첫 번째는 희극으로, 두 번째는 비극으로 끝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일변도의 아집적인 태도는 우리 공무원 노사관계의 역사를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그보다 더한 참극으로’ 내몰 것이기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정부와 총리에게 다시 한 번 권고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축제인 임원 선거를 원천봉쇄하려 들지 말라. 진정한 노사 평화와 합리적 노사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정부가 다시 한 번 상기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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