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헌법재판소 2022. 3. 31. 선고 2017헌마1343 결정에 대한 소고_타투가 불법인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월간변론 103호)

2023-10-03 157

타투(문신)는 더이상 소수만이 행하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아주 예전에는 타투라고 하면, 특히 ‘문신’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조폭들을 떠올리기 쉬웠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쩐지 조금은 ‘불량스러운’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타투를 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마다 타투의 모양, 크기도 다양하고 위치도 제각각이다. 팔이나 상반신, 하반신에 화려하고 큰 눈에 띄는 타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목이나 허리, 목 등에 아주 작게 간단한 레터를 새기는 정도의 타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즉, 타투는 더이상 특정집단이나 소수만이 행하는 것이 아니며, 시민 일반의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타투 외에 눈썹, 아이라인, 입술, 헤어라인을 반영구적으로 그리는 반영구화장시술의 경우 훨씬 더 대중화되었다. 실제 타투 업계에서는 타투 시술 경험 인구는 약 1300만 명, 타투이스트는 약 2만 명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의사가 아닌 한 이 모든 시술행위가 처벌 대상이다. 타투가 대중화되면서, 반영구화장시술을 하는 미용실이나 뷰티샵은 물론이고 타투샵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음에도, 이들은 현재 의료법 위반 및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된다. 그 이유는 타투 시술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즉, 타투 시술 행위가 의사만이 행해야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사실 의료법 등 어느 법령에서도 타투 시술 행위가 의료행위라고 명문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타투 시술 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면서,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시술 행위가 불법이 된 것이다.

이러한 법 해석이 계속되는 한,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적정한 것일까? 오히려 타투 시술은 별도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의사한테 타투 시술을 받고 싶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타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닌 일종의 미용행위 내지 예술행위에 해당하는바, 고유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타투 시술에 필요한 자격을 별도로 정하고, 타투 시술에 적절한 환경, 도구, 위생관리, 시술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제와 염료 규제를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실제로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위와 같이 타투이스트에 관하여 별도의 자격 제도를 두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도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시술 행위를 처벌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타투이스트들은 위 법령에서 규정한 ‘의료행위’에 타투 시술 행위를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타투이스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타투이스트들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그 이유의 요지는 이렇다. 타투이스트에 대해 별도의 자격 제도를 둘 수 있겠지만, 문신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사전적·사후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고, 이러한 새로운 자격제도의 형성과 운영에는 상당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대안 도입 여부는 국회가 알아서 할 문제로 현재와 같이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시술을 하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매우 소극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기 한달 전쯤인 2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타투시술행위가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따라 타투이스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는데,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 일컬어지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가인권위원회보다도 소극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은 더욱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이러한 합헌 의견에 반대하는 재판관이 4인이나 돼 합헙의견과 위헌의견이 5:4로 꽤 팽팽했다는 점이다. 위헌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은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비의료인도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문신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자격을 취득하여야 문신시술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업을 금지하는 것으로,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입법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 국회에는 타투 합법화와 관련된 법안이 이미 다수 발의되어 계류중이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타투 합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타투 합법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면, 더 늦어질 이유가 없다. 조속히 타투 합법화가 이루어져 타투이스트들이 범법자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소리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월간변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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