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에 대한 처벌 즉시 중단’은 국가의 의무다
[시선] 타투이스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등 현행 법제에 관한 소고
서채완 변호사(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문신시술행위가 의사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써 시행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며 타투이스트의 타투시술을 범죄로 규정하였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 그리고 이 판결은 선고일로부터 약 29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타투이스트들을 처벌하는 근거로 인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 국민의 1/4인 1300만명 정도가 타투 시술을 경험하였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세계적으로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은 정당한 예술이자 노동인 타투 시술에 대해 범죄의 낙인을 찍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현재 의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최저 2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러한 타투시술의 범죄화는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타투이스트들을 협박하기 위한 고소·고발이 남발되거나, 타투이스트들이 시술 과정에서 범죄 또는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타투이스트들을 전면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 국가는 타투 시술에 관한 자격, 허가, 신고제도 등을 통해 타투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는 우리나라 법제의 비합리성을 여실히 드러냄과 동시에, 타투이스트들의 예술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법제를 구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는 타투이스트들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제는 국제인권법의 관점에서 절대적으로 금지되어야 할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이하 ‘고문 등’)에 해당한다. 그리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호에서 국가에게 “부당한 고문 등의 근절을 방해하는 법적 또는 기타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러한 행위와 재발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실효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라고 명시하며, 국가에게 부당한 처벌을 전제로 하는 법률을 폐지하고, 그 집행을 중단하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구체적인 법적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약 29년 동안 국제인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법률 제정에 소극적이고, 법원은 형식적으로 법을 적용하여 타투이스트들을 광범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국제인권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국가의 위법행위이자 인권침해이다. 국회, 정부, 법원은 국제인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타투 시술의 합법화를 위한 법제의 구축, 타투이스트들에 대한 처벌의 금지, 처벌받은 타투이스트들의 명예 및 권리 회복과 보상을 위한 조치 등 타투이스트들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할 것이다.
2021.0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