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 [공동논평] [경찰개혁네트워크] 속도만 중시하는 경찰개혁을 우려한다 – 2020. 12. 24.

2021-04-29 38

경찰법 개정 이후, 하위법령이 입법예고되고 있습니다. 내용도, 과정도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경찰법의 시행령, 국가수사본부장의 인선 등 주요한 후속조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의견수렴, 사회적안 합의 없이 속도만 중시하여 일사천리 진행되는 경찰개혁에 대한 경찰개혁네트워크의 입장입니다.

 

‘민주적 통제 강화’ 원칙 훼손한 법개정 합리화, 국가경찰권한 확대 우려

단, 4일의 형식적인 하위법령 입법예고, 요식행위일뿐

 

지난 12월 9일, 자치경찰의 도입, 국가수사본부의 설치 등을 골자로 한 경찰법 전부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이후, 경찰청과 행정안전부는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전부개정안(이하 직제규정), 「자치경찰사무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정안,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두는 경찰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 제정안 등 개정 경찰법 등의 하위법령을 12월 11일과 21일 등에 걸쳐 입법예고(12월 23일 현재)했다. 그러나 12월 21일 입법예고된 직제규정의 의견수렴기간은 단, 4일에 불과하고, 다른 입법예고안들의 경우, 8일에 불과했다. 경찰법의 처리부터 하위법령의 정비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권한을 분산하거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개혁방안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청은 법 시행일이 다가온다며 속도만 중시하고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없이 하위법령 정비와 후속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위법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개정 경찰법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지적된 허울뿐인 자치경찰제도의 문제가 다시 확인된다. 자치경찰에 대한 국가경찰의 과도한 권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제규정을 보면, 경찰청에 자치경찰담당관을 설치하여 ▲자치경찰제도 관련 각종 정책 및 계획의 수립·조정 ▲자치경찰제도 관련 시·도별 치안 현안 및 운영현황 총괄 관리 ▲자치경찰제도 관련 예산의 편성과 조정 및 결산에 관한 사항 ▲자치경찰제도 관련 재정의 성과관리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등과 관련하여 경찰청의 기획조정관을 보좌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제규정 중 생활안전, 교통 등과 관련한 내용을 보면, 개정 경찰법에 따라 자치경찰의 사무로 분류되는 영역까지 국가경찰이 영향을 미치거나 혹은 이를 넘어 자치경찰을 관장하는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정보활동으로 인해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했던 정보경찰과 관련하여, 직제규정은 경찰청과 개별 시·도경찰청에 ‘공공안녕정보국’, ‘공공안녕정보외사부(혹은 과)’ 등을 두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재산의 보호 등 생활의 평온과 관련된 정책에 관한 정보활동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장이 요청한 신원조사 및 사실확인에 관한 정보활동 ▲안전사고·민생침해사범 등 국민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에 관한 정보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직제규정에 명시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장이 요청한 사실확인에 관한 정보활동”의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불분명하여,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경찰의 정보활동이 남용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한편,  「경찰공무원 임용령」 일부개정령안은, 국가수사본부장의 경력경쟁채용시험과 관련하여, 경찰청에 서류심사위원회 및 국가수사본부장 임용후보자 종합심사위원회를 두며 위원회의 구성·운영 및 위원의 자격 등을 경찰청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의 설치는 경찰청장이 직접적으로 수사업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오히려 국가수사본부장의 채용과 관련한 위원회를 경찰청장이 사실상 좌지우지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경찰법이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 내에 설치함으로서, 경찰수사의 독립성이 우려되어 경찰개혁의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었고, 이와 같은 독립성의 문제는 하위법령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개혁의 핵심적인 과제는 비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함에 있다. 그러나 개정 경찰법에는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지 않다. 그나마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개정 경찰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입법예고된  「자치경찰사무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정안 등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실제 사무를 경찰청 소속 공무원을 충원하여 집행하도록 되어 있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경찰로부터 독립된 사무기구로서 운영될지 의문이다.

 

경찰위원회의 실제 위상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위원회의 실질화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도리어 입법예고안이 고시되는 과정에서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위원회는 지난 12월 10일 임시회의에서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전부개정령안과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전부개정령안 등 7개 하위법령을 2명의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이 불과 2시간만에 모두 원안으로 의결했다(아래 참고1, 참고2). 12월 22일 진행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방안에 대한 질의가 있었고, 전해철 장관 또한 관련 질의에 대해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바 있다. 인사와 예산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합의제행정기관으로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 또한, 옴부즈만과 독립적인 감찰관을 설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감시를 강화해야 해서 경찰권한의 행사를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민주적 통제의 강화없는 경찰개혁은 구호에 불과하다.

 

특히, 단 4일에 불과한 입법예고기간은 형식적인 정당성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하위법령 정비뿐만 아니라 국가수사본부장의 인선 등도 지금과 같이 충분한 의견수렴, 사회적인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개정 경찰법의 시행일에 맞춰 시급하다고 변명할 일이 아니다. 경찰은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경찰 권한의 사용은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시민은 경찰에게 권한을 어떻게, 얼마나 부여할지 의견을 표명할 권리와 그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다. 경찰개혁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 참고1. 제452회 경찰위원회 회의 계획

 

▣ 참고2. 제452회 경찰위원회 회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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