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논평] 정보·수사 기능을 한 손에 쥔 검찰독재국가로 가려는 것인가

2022-05-25 74

[논평]

정보·수사 기능을 한 손에 쥔 검찰독재국가로 가려는 것인가
–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방안에 대하여

1. 정부의 입법예고

윤석열 정부(인사혁신처·행안부·법무부)는 24일 공직후보자등에 대한 인사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와 그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일괄 입법예고하였다.

우리 모임은 이와 같은 시도가 법적 근거 없이 법무에 인사검증 권한까지 창설하여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인사정보 수집·관리 권한까지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 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희박한 법적 근거, 국회 입법권 침해까지

정부조직법상 공무원의 인사에 관한 사무는 인사혁신처가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법무부는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공직자 인사검증은 이 중에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법무부에‘위탁’하는 형식을 띠더라도, 과연 대통령령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만일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무부장관이 주어진 사무범위를 넘어서 위탁 업무를 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 즉, 법률상 제한을 우회하여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개 행정부처에 불과한 법무부’가 다른 행정부처의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공직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검증이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2005년 정부가 제출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이 논의된 역사를 떠올려보면, 이러한 사항은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법무부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설치가 우려되는 점

이번 개정령안에 의하면 기존의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법무부장관이 인사검증 권한을 갖게 되므로, 앞으로 공직후보자등에 대한 인사정보는 법무부와 대통령비서실 사이에서 공유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 정보기능을 통해 인사검증을 하고, 이를 법무부(검찰)에 넘기지 않아 직접수사에 이용되는 것은 차단되었는데, 이러한 칸막이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무부와 검·경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정보부터 시작하여 기소까지 모두 담당하는 초법적 기관이 탄생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경찰을 통해 인사정보까지 한 손에 넣으면 정보, 수사, 기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자명하다. 더욱이 법무부의 탈검사화가 역행하고 있어 법무부는 검사와 동일체라고 할 수 있고, 경찰도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므로 상호견제가 사라질 수 있다.

특히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령안 제53조 제4항을 보면 ‘법무부에 두는 공무원의 정원’에 국방부 소속 현역 장교, 국정원 직원, 감사원 소속 공무원도 법무부에 둘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되었다. 이를 통해 법무부장관이 국정원, 국방부, 감사원 등에 분산되어 있던 인사정보, 정책정보, 치안정보 까지 수집하면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지난 정부에서 2기 법무·검찰개혁위는 대검찰청 및 각급 검찰청의 정보수집기능을 없애라는 권고를 한 바가 있다.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부서를 전면 폐지함으로써 검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비대화된 검찰조직의 정상화 및 기능 전환’이라는 검찰개혁의 과제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을 통한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에 대해서 조금의 이해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검찰공화국을 완성하고, 나아가 검찰독재국가를 목표로 가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은 검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결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직후보자등은 인사검증 시기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자신에 대한 인사정보(비위정보)가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여 정권에 충성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문화가 국정을 어떻게 파행으로 몰고 갔는지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더욱이 법무부장관 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장과 20여명 규모의 실무인력을 두고 ‘지청급’으로 인사검증 조직을 둘 경우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넘어서 광범위한 규모로 인사정보를 취합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32360호) 제6조, 제9조에 의하면 위탁기관은 위탁사무 처리에 대하여 지휘ㆍ감독하고, 그 처리 상황을 수시로 감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과연 윤석열 정부의 인사혁신처가 법무부장관에 대하여 제대로 감독할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취임한 현 정부는 세간의 검찰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인식하고, 불과 1달 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정신을 존중하여 권력기관의 민주화를 진행시킬 책무가 있다. 국회는 조속히 사개특위를 출범시켜 남은 4개월 이후의 수사, 기소 분리에 따른 수사기구 재편과 통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코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검찰과 경찰, 그 밖의 수사기구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부단한 걸음을 요구한다.

 

2022년 5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첨부파일

20220525_민변_사법센터_논평_정보·수사 기능을 한 손에 쥔 검찰독재국가로 가려는 것인가.pdf

사법센터 보도자료 프레임.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