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중경비처우급 수형자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강제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 논평]
중경비처우급 수형자 발송 편지 무봉함 제
강제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 8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중경비처우급(S4) 수형자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강제 사건에 대한 4월 26일자 결정에서 법무부장관에게 △편지를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하는 대상자에서 ‘중(重)경비시설 수용 대상인 수형자’를 제외하도록 형집행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 제1호를 개정할 것 △헌법재판소 2009헌마333 결정에서 제시한 X-ray 편지 검색기 도입을 확대할 것 △법령 개정 전이더라도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편지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편지를 봉함하게 하는 등 수용자의 통신의 자유 등을 보다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 업무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에게 시행령 개정 전이라도 중(重)경비시설 수용 대상인 수형자가 변호인, 법원,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인권국 외에 다른 수신처로 편지를 보내는 경우에 일률적으로 편지를 개봉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편지의 금지물품 검사에 있어 수용자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 단체들은 이번 권고가 교정시설 수용자의 외부교통권 증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 진정 사건의 피해자는 경북북부제2교도소 수용 중 중경비처우급이라는 이유로 발송 편지의 무봉함 제출을 강제 받았다. 2023년 8월 우리 단체들은 △피해자가 편지를 발송할 때 피진정인들이 무봉함 제출을 강제함에 따라 내용 검열 우려로 편지 발송을 주저하게 되어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당했고, △이는 무봉함 제출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금지물품의 확인이 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와 배치되며,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라는 이유만으로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취지로 법무부장관과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 구 형집행법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5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제1항은 “수용자는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편지를 발송하려는 모든 수용자는 봉투를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편지를 교정시설에 제출해야 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해 “수용자가 보내려는 모든 서신에 대해 무봉함 상태의 제출을 강제함으로써 수용자의 발송 서신 모두를 사실상 검열 가능한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최소 침해성 요건을 위반하여 수용자인 청구인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333 결정). 위헌 결정 이후 2013. 2. 개정된 형집행법 시행령은 편지 발송시 무봉함을 원칙으로 하고 그 예외로 마약류사범 등을 규정했다. 형집행법 시행령은 2017. 9. 추가로 개정되었는데 이 때 ‘중경비처우급 수형자’가 예외로 추가되었다.
- 법무부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등을 위해 발송 서신의 무봉함 제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수용자가 받는 편지의 경우 외부로부터 금지물품이 반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용자가 외부로 보내는 편지의 경우 수용자가 이미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지 않는 한 그 편지에 금지물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도관은 금지물품을 숨기고 있다고 의심되는 수용자의 거실과 작업장 등을 수시로 검사할 수 있으므로, 교정시설 외부로 보내는 편지에서 금지물품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낮다.
- 한편, 현행 법령은 금지물품의 확인 방법으로 무봉함 제출만을 강제하고 있으나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금지물품의 확인이 가능하다. 2012년 위헌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용자가 밖으로 내보내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이나, 이와 같은 목적은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서신을 봉함하게 하는 방법, 봉함된 상태로 제출된 서신을 X-ray 검색기 등으로 확인한 후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개봉하여 확인하는 방법, 서신에 대한 검열이 허용되는 경우에만 무봉함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대안을 강구하지 않은 채 피해자와 같은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무봉함 제출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 설사 금지물품의 확인을 위해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경비처우급을 결정할 때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비처우급은 분류심사를 통해 결정되는데 형이 확정된 후 실시되는 신입심사와 형기에 따른 정기재심사(형기의 1/3, 1/2, 2/3, 5/6 시점)로 나뉜다. 경비처우급은 △본범 및 과거범죄 사항, △위험성 및 개선도 평가, △도주 또는 자살시도 등의 지표별 정해진 점수를 합산하여 △23점 이하는 개방처우급(S1), △24점~37점은 완화경비처우급(S2), △38점~63점은 일반경비처우급(S3), △64점 이상은 중경비처우급(S4)으로 결정된다. 정기재심사에서는 매월 작업장 또는 수용동 교도관으로부터 제출된 수용생활태도 및 작업·교육점수를 평정한 소득점수 등에 따라 경비처우급의 상향 또는 하향이 결정된다. 징벌 처분을 받은 경우 경비처우급이 하향될 수 있으나, 징벌의 이유인 규율 위반의 양상이 입실거부 등으로 다양할 수 있으므로, 징벌 전력 자체가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를 평가할 때 그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다.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는 각 수용자별로 개별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 게다가 전체 수형자 중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의 비율이 높다. 법무부의 <2023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의 비율은 2013년 6.9%에서 2022년 9.2%로 늘어나 전체 수형자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가 높다고 간주하는 것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 한편, 경북북부제2교도소 외 다른 교정시설에 수용된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는 편지 발송 시 봉함하여 제출하고 있다. 경비처우급이 중경비처우급으로 동일함에도 단지 수용된 교정시설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봉함 제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이번 결정에 따르면,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은 “향후 예산 확보 등 제반 여건이 허락되면 X-ray 투시기 등 첨단장비 도입으로 수형자의 불편이 최소화 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 약 11년이 지났음에도 단지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수용자의 통신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태에 놓이는 것은 기본권 제한 규범이 지켜야 할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발송 편지에 대한 무봉함 제출 강제 조치는 내용 검열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교정시설의 처우 또는 운영에 관하여 불만을 가진 수용자의 경우, 편지에 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소측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교정시설 내에서 심각한 기본권 침해 상태가 방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대상에서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형집행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법무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제시된 X-ray 편지 검색기 도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 이전이라도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편지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편지를 봉함하게 하는 방법으로 수용자의 외부교통권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4년 8월 2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