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대한민국에 인종차별이 없다’는 국가인권위원 – 인종차별철폐 의무를 저버린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을 규탄한다 / 2025. 3. 17.(월)
‘대한민국에 인종차별이 없다’는 국가인권위원
인종차별철폐 의무를 저버린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을 규탄한다
오는 2025년 4월 29~30일,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ICERD)의 가입국인 대한민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룰 20-22차 정기 심의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2018년 17-19차 심의에 이어 7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한국 심의를 위해 정부는 이미 2022년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심의 전에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유엔에 알리기 위해 독립보고서 제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할 독립보고서를 심의하는 전원위원회 회의에서는 한국사회 인종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오히려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등의 막말이 오가고 있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196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총 179개국이 가입하였으며, 한국은 1978년 협약 가입 이후 협약 준수 여부에 대한 심의를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심의 당시 제출한 독립보고서를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불법체류자’용어 사용 지양,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등 정부보고서보다 더욱 적극적인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심의를 앞두고 진행된 3월 4일, 7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회의의 독립보고서 논의 과정에는 사무처가 제안한 주요 권고 내용에 대한 지적과 폐기 요청이 이어졌다. 이에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혹은 인종차별금지 법제와 같은 국가 주도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노력에 대한 권고안들이 전면 삭제되고, 그 외의 핵심 권고안들 역시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특히 김용원 상임위원은 ‘대한민국에는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인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에는 인종차별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 독립보고서 자체를 부정하는 망언을 이어갔으며, 강정혜 위원은 ‘인종차별금지 법제 등의 법률은 오히려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는 국가인권위가 인권 보호를 위한 독립기구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250만 명의 이주민이 거주하며, 이는 총 인구의 5%에 달한다. 2019년 국가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 응답자의 68.4%가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극우세력의 대중 선동, 특정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민간 극우단체의 미등록 외국인 사적 감금과 체포 등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는 국가의 방관 혹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며, 과거 유엔 심의에 직접 제출한 입장을 번복하고 정부가 작성한 국가보고서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려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2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에 제출하는 독립보고서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권고를 삭제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거나 후퇴하는 면모를 보여 왔다. 이는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을 무너뜨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을 기준으로 한국 사회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앞장선다는 국가인권위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반인권적 폭거에 다름 아니다.
국가인권위가 반인권적 행보를 거듭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뢰를 실추시키고, 기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행위이다. 이에 우리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20-22차 대한민국 심의 시민사회 사무국은 대한민국 인종차별 실태를 은폐하고,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법제화를 방해하는 국가인권위의 반인권적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가인권위는 즉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인종차별 철폐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5. 3. 17.(월)
인종차별철폐협약 20-22차 대한민국 심의 시민사회 사무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인권 셋, 공익법센터 어필,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와인권연구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첨부파일 |
[공동성명] ‘대한민국에 인종차별이 없다’는 국가인권위원 – 인종차별철폐 의무를 저버린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을 규탄한다 _ 2025. 3. 17.(월).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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