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위기와 좌절을 딛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하여 더 단단해진 연대로 -제40회 3.8한국여성대회를 기념하며-

2025-03-07 54

[성명]
위기와 좌절을 딛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하여 더 단단해진 연대로
-제40회 3.8한국여성대회를 기념하며-

 

1. 올해 3.8 한국여성대회는 40회를 맞이하였다. 1985년 3월 8일 서울 YWCA에서 여성의 25세 조기정년제 철폐를 외친 것을 계기로, 40년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호주제·낙태죄 폐지, 페미니즘 리부트 등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의 성과가 있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 40번째 3.8여성대회 개최를 환영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연대로 모두에게 평등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한다. 

 

2.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성별이분법에 기인한 가부장제가 공고히 작동해왔으며, 남성-여성, 정상-비정상, 이성-감정, 논리-비논리 등 권력관계와 중심-주변 체제를 형성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성차별이 뿌리내리도록 하였다. 이러한 가부장제와 성차별은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주변부로 밀어내고 인격체로서, 민주시민으로서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을 가로막아왔다. 구조적 차별을 토대로 개개인들은 여러 사회적 매체를 거쳐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 소수자에 대한 폭력성을 습득하게 되었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고정관념과 멸시는 ‘공기처럼’ 당연히 존재해왔다.

 

3. 특히 우리는 최근 반복되고 있는 극우세력의 폭동과 동덕여대 교내투쟁에 대한 탄압, 이화여대 난입 폭력 사태, 여성혐오 범죄의 증가와 비동의간음죄에 관한 입법지연을 보며 여전히 성평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말하고,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효적 대책은 부재하다. 여성·장애인·노동자·성소수자·이주민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는 그들 개인의 어떠한 성향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 만연해있는 그릇된 가부장적 문화, 차별적 인식과 제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 「남자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솔닛 저-

‘상대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여성의 공간을 마음대로 해칠 수 있는 권리’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몸에 배어있던 극우세력은, 윤석열과 내란 동조자들의 선동에 힘입어 수면 위로 올라와 거리낌없이 이화여대에 폭력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는 성평등과 함께여야만 한다. 그 성평등이란 혐오세력을 몰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성별임금격차 해소, 돌봄·복지 분야 공공성 강화,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법 개정 및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 정치권에서의 여성 및 소수자 참여 확대, 차별금지법 도입 등이 전제되어야만 이룩될 수 있다. 성차별구조의 근본적이고 전방위적인 해소가 있어야만 비로소 여성과 소수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마주볼 수 있으며, 모두에게 평등한 민주주의의 한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5.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함께 나아간다. 12.3 내란사태 이후 독재와 절망의 길로 빠질 뻔했던 이 사회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모두가 바라보는 광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꾼 사람들, ‘‘투쟁!’의 외침으로 연대의 끈을 이어간 사람들, 특히 미성숙하고 감정적인 존재들로 치부되기도 했던 2030여성들의 외침은 감동을 준 것을 넘어 우리 사회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주변부에 있는 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은 쉽지만 결국 그 세력은 무너지며, 지지와 연대 그리고 모든 존재와 공존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단단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6. 우리 모임은 이번 40회를 맞은 3.8한국여성대회를 축하하며, ‘시대를 잇는 우리의 연대,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는 이번 여성대회의 슬로건에 발맞춰 실질적 성평등 도래를 위한 지속적 연대에 함께할 것을 다짐한다. 40년의 성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역사로부터 후퇴하지 않도록, 작금의 위기와 좌절을 발판삼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5. 3.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M20250307 [성명]위기와 좌절을 딛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하여 더 단단해진 연대로 -제40회 3.8여성대회를 기념하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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