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반도체 특별법 그리고 주 52시간 상한제 예외, 무엇이 문제일까 / 김은진 회원

2025-02-28 102

 

반도체 특별법 그리고 주 52시간 상한제 예외, 무엇이 문제일까

– 김은진 회원

 

• 들어가며

2025년 겨울,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제외’를 담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 특별법안」(이하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2024년 11월 국민의 힘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 ▴반도체 클러스터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자에 대하여 주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예외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산업에 주52시간과 각종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 외의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면서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는 정책 찬·반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노동계는 특별법 제정으로 근로기준법의 최저 기준을 잠탈하려는 경영계 및 여·야당에게 거세게 반발하였고, 2025년 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대 노총을 만나,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담지 않겠다고 강조하였습니다. 1)

그럼, 이제 반도체업계 근로자의 최대 근로 주 52시간 근로는 온전히 보호되는 것일까요. 주 52시간 상한 예외 조항만 없어지면, 반도체 특별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1) 매일노동뉴스(2025.02.23.) ‘주 52시간 무력화’ 반도체특별법 정리 국면

• 18시간, 140시간 근로 원칙

1일 8시간, 1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부터 50년 동안 노동자들이 싸워 쟁취한 산물입니다. 즉 주 52시간 근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 적용되는 것일 뿐, 원칙적인 근로시간제의 모습이 아닙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같은 법 제50조),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110조).

다만 위 근로시간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노사 당사자 합의 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후,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1주간 12시간 한도로 연장하거나(같은 법 제53조).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보건업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경우 1주 12시간 초과하여 주 52시간 이상 근로할 수 있습니다(갑은 법 제59조).

이미 반도체 연구개발을 비롯한 IT업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IT업계 노동자들은 ▴고도화된 정신노동 ▴야근과 밤샘 근무가 반복되는 불규칙 노동 ▴업데이트 내지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습니다.2) 그런데도 반도체 특별법은 이러한 예외적 근로에 대한 예외를 법으로써 정하려 하였습니다.

2) 뉴스투데이(2024. 06. 24.) [뉴투기획 : 직장인 정신 건강 현주소 ②] 장시간 노동에 IT·게임 종사자 ‘정신 질환’ 확산…업계 앞다퉈 ‘복지 제도’ 도입

• 장시간불규칙 노동의 폐해

근로시간 단축은 “장시간 근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함으로써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합니다. 유엔의 국제노동기구(ILO)가 1919년 최초로 채택한 협약이 ‘공익적 사업장에서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근로시간 제한’이었던 사실은, 전 세계 노동운동이 근로시간 단축을 주된 과제로 삼아왔음을 보여줍니다. 1970년 전태일 열사는, 1일 15시간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하고 한 달에 이틀만 쉬는 게 아니라 매주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염원하기도 했습니다.

장시간·불규칙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국내·외 연구들은 장시간·불규칙 노동이 심혈관계질환, 우울증, 사고의 증가 문제를 일으킨다고 확증하고 있습니다.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4.23배 높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우울 증상· 불안장애를 1.62배, 안전 사고 위험을 61% 증가시킵니다.3) 아울러 노동자의 가족관계를 포함한 삶의 질을 낮추고 여가·수면·일 사이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3)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2023.05.11.) 노동시간 유연화? 불규칙한 노동도 건강을 해친다

• 마치며 지속 가능한 노동 세상을 위하여

근로기준법은 제3조에서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 기준”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 특별법은 위 원칙에 반하여,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을 무의(無依)로 돌리려 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담지 않겠다고 말하였으나 ▴주 52시간 상한제 예외는 근로기준법 제51조 내지 제52조 변형근로시간제(선택적·탄력적 근로시간제) 또는 제59조 특례 조항 개정 등을 통해 언제든 재시도 될 수 있습니다.▴지금도 IT업계 노동자들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불규칙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국회 안에선 주 52시간 예외 적용만이 반도체 특별법의 유일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나 ▴반도체산업을 위해 소모되는 물과 에너지 자원의 문제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심화 역시 반도체 특별법 시행으로 야기될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광장의 요구에 반하는 반도체특별법, 문제를 말하다 [사진] :  법무법인 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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