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민변노동위-오사카노동자변호사단 2024년 제25회 정기교류회 후기 (2024. 11. 16토 ~ 11. 17일) / 이성영 회원

2024-12-29 90

 

민변노동위-오사카노동자변호사단 2024년 제25회 정기교류회 후기
(2024. 11. 16토 ~ 11. 17일)

– 이성영 회원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이하 오사카노변단)과 교류회를 할 때마다 나를 포함한 민변 노동위 변호사들은 매번 다짐한다. “대화가 너무 재미있으니까 일본어를 반드시 공부해서 다음에는 오사카노변단 사람들하고 번역기 없이 대화해야지”. 하지만 생계와 생활은 외국어 학습을 꾸준히 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결국 시간은 흘러 관광 일본어만 습득한 채로 오사카노변단을 만나게 된다. 오사카노변단 변호사들에게 이 말을 하니 그들도 민변 노동위를 만난 후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그 후로 생업에 치여 살다가 다시 교류회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서로 크게 웃었다.

 

제25회를 맞는 민변 노동위원회와 오사카노동자변호단의 교류회가 2024년 11월 16일(토)부터 11월 17일(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제24회 교류회는 작년 2월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는데 오사카노변단 분들의 따뜻한 환대와 도톤보리의 야경이 나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번 교류회에는 노동법 교수님들을 포함하여 오사카노변단에서 약 20명이 서울을 방문하였고 늘 그러하듯이 열띤 세미나, 견학과 함께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환담회로 가득 채운 일정이었다.

 

■ 1일차 세미나

 

작년 제24회 교류회에서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 및 쟁의행위의 손해배상제도 제한, 한국의 노조법 2조·3조(‘노란봉투법’) 등을 주제로 논의를 했고 오사카노변단과 함께 노란봉투법 개정 촉구 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작년 11월 오사카노변단은 전태일 열사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고 함께 서대문에서 시청까지 도심 시위 행진을 하였다.

 

이번 교류회는 직장 내 괴롭힘·직장 내 성희롱·고객괴롭힘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였고 두 나라의 괴롭힘 법제를 비교하면서 바람직한 개정 방향과 최근 판결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한국(근로기준법)과 일본(노동시책 종합추진법)은 모두 2019년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으로 도입하였는데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민사상 별도의 손해배상 외에 회사의 미온적 조치 등에 대한 사후적 구제가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괴롭힘에 대한 회사의 적극적인 사후 조치를 의무로 부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의토론 중에서 노동조합에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이에 대해서 회사의 인사팀, 감사실에서 노동조합에 자료제공 및 조사 협조를 사실상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이 나오자 모리 히로유키 변호사님이 “회사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해야 합니다”라고 우렁차게 말씀하셔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 조치 의무, 비밀유지의무 불이행 시 벌칙규정을 두고 있지만 일본은 ‘신속하고 적절한 사후 대응’이라는 사용자의 추상적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차이점을 확인하면서 두 나라의 괴롭힘과 성희롱, 고객 괴롭힘 사례들을 분석하였다.

 

오사카노변단의 타니 지로 변호사님이 한강 작가의 팬이라고 하여 세미나 중간 점심시간에 오사카노변단 몇 분과 함께 도보로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서촌 한강 작가의 서점을 방문해서 사진도 찍었다.

 

■ 1일차 뒤풀이 만찬

 

교류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만찬이다. 단순히 음식과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교류회 25년 역사를 회고하고 각자가 가진 아름다웠던 추억을 환기하는 자리다. 교류회 1회부터 함께하신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님을 비롯하여 여러 참석자들이 교류회 25년의 소회를 말하고 따뜻한 삼계탕과 전통주를 기울이며 다양한 건배사를 외쳤다. 젊은 변호사들의 인사도 기억에 남는다. 우에하라 야수키 변호사님은 올해 일본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오사카노변단에 가입한 신입회원인데 사실은 아버지에 이에 2대째 오사카노변단에 가입한 것이라고 밝혀 그 자리에 큰 환호를 받았다.

 

■ 2일차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방문

 

서대문 형무소는 경성감옥이란 이름으로 1908년 일제에 의해 건립되어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 투사들을 감금하였다가 서울구치소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1987년 보존 가치 있는 시설을 남기고 모두 철거된 후 1998년 역사관으로 개관하였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갔다. 역사관이 생각보다 넓고 일정이 촉박하여 단체 설명보다는 개별 관람으로 진행하였는데 일제의 만행이 기록된 곳이라 그런지 기념관에 일본어 해설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오사카노변단 분들은 일본어로 표기된 해설물을 열심히 읽으며 구석구석 관람하였다. 특히 니와 마사오 변호사님은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일본경찰로부터 각종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재현한 모형과 영상을 유심히 보시고 거의 모든 고문 모형마다 사진을 찍으셨는데 내가 일본어를 잘했다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자세히 설명해드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일차 이태영·정일형 박사 기념관 방문

 

이태영·정일형 박사 기념관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가인 前외무부장관 정일형 박사와 한국 최초 여성변호사 이태영 박사의 생가를 그대로 보존한 장소로 서대문구 봉원동에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오사카노변단의 요청 때문이었는데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호랑에게 날개(虎に翼)’라는 드라마가 일본 최초의 여자변호사 겸 판사인 미부치 요시코를 모델로 하였고 드라마 스토리 일부 중에 이태영 박사의 이야기도 픽션으로 삽입되었기에 이태영 박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태영 박사는 야당 정치인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판사 임용을 거부당하였고 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가족법 개정과 호주제 폐지 등 여성차별 철폐에 일생을 바치셨다. 검소하고 소박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생가를 방문하니 부부의 삶이 더욱 와닿았다. 이태형·정일형 박사는 김대중·이희호 부부의 후원자였고 멘토였다. 나는 5만 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아니라 이태영 박사가 도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일차 직장갑질119 센터 방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직장갑질119를 방문하여 윤지영 대표님(노동위)과 정현철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직장갑질119의 주도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근로기준법에 도입하게 된 과정과 여러 갑질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오사카노변단 분들은 한국의 갑질 사례에 큰 관심을 보였고 또한 직장갑질119가 최근 온라인 노조를 출범하여 누구나 월 5천 원의 조합비를 내면 익명으로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진심이 담긴 응원을 해주었다.

 

■ 마치며

 

이틀 동안 빡빡한 공식 일정을 하는 중에도 서로 각자 사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나누고 또한 한국 일본의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며 장래를 전망했다. 오사카노변단 분들 역시 윤석열 정부의 법률안 거부권 남발과 반노동정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과 여의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혼돈의 정국에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커녕 ‘분노 반 희망 반’으로 퇴행과 반동을 애써 막아내고 있는 민변 변호사들에게 오사카노변단으로부터 받은 응원 메시지를 소개한다.

 

「저희들은 민변이 계엄령에 대해 즉각 성명을 발표한 것,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것,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카드뉴스를 작성한 것 등을 모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활동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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