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고등학교 3학년을 상대로 수사까지 의뢰한 이만희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 이동민 회원

2024-12-29 97

 

고등학교 3학년을 상대로 수사까지 의뢰한 이만희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 이동민 회원

 

지역구에서 세 번이나 당선된 국회의원이 지역구 주민을 신고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더 비극인 점은 신고를 당한 사람이 이제 막 수능을 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비극적인 이 사건에서 유일한 웃음거리라면 ‘계엄해제, 탄핵 표결에 모두 불참한 국회의원에게 탄핵 표결에 참석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였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경찰 신고를 했다는 점이다.

 

2024. 12. 7. 윤석열 탄핵 표결이 진행되던 날, 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영천 시청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한 후, 시청에서 멀지 않은 이만희 사무실 현판에 ‘내란 수괴범에 동조한 당신 국민의 편은 누가 들어줍니까?’라는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였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를 경찰에 신고한 후에 처벌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포스트잇에 묻어 있는 지문을 채취하여 글 쓴 사람을 특정하였다.

2024. 12. 10. 오후 2시 포스트잇을 쓴 학생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원래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경찰서로 수많은 항의전화가 온 탓에 경찰서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 경찰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사가 이루어진 점, 피의자 신문, 참고인 조사의 형식도 아니고 단순한 면담의 형태로 이루어진 점 등만 보아도 이 사건 자체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것인지 경찰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국회의원 이만희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싹트고 오늘에까지 성장했는지 모르는 것이 틀림없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주권’의 대원칙을 전제로 시민들의 의견이 쌓여나가는 탑이다. 주권재민의 출발은 대리인에 불과한 정치인이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만희가 한 행동은 어떠한가. 그는 시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는커녕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그것도 아주 정중한 방법으로 표시한 시민을 경찰관서에 넘겨버리지 않았는가. 이런 옹졸하고 치졸한 마음으로 도대체 어떻게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학생은 웃는 모습으로 경찰과의 ‘면담’을 마쳤지만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국회의원 자격 없다. 이만희는 사퇴하라.’라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학생이 붙였던 현판의 그 위치에 붙였다. 그러자 사무실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죄송하다. 고등학생인 줄 모르고 신고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말이 아니라 반말과 욕설이었다. 그 국회의원에 그 사무직원이 아닐 수 없었다.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비정상적인 국회의원 밑에서 일할 수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고등학생의 얼굴에는 씩씩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씩씩하고 밝은 얼굴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탄핵 표결을 하지 않으려고 국회를 떠나는 이만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정을 보라. 그들에게서는 침울함과 비굴함만 비쳐질 뿐 대화, 타협, 설득, 대의 등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이만희를 보면서 ‘우리의 현재는 암울하지만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은 반드시 심판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더 나은 대리인을 뽑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이 투표권을 가지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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