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남재영 목사에 대한 출교판결,
종교를 빙자한 차별과 혐오의 가해자가 된
기독교대한감리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재판위원회는 오늘(2024. 12. 5.)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남재영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2023년 경기연회의 이동환 목사 출교에 이어 2번째 성소수자 환대목회자에 대한 출교이다. 우리는 이번 출교 판결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신앙을 빙자해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반복되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울 것임을 밝힌다.
이동환 목사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처음엔 정직을, 다음에는 출교라는 믿을 수 없는 결정을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의해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선·후배 목회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무리한 출교를 비판하였고, 올해 개최된 전국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이동환 목사와 함께 축복식을 집례했다. 그러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에 나섰다.
교리와 장정에서 ‘동성애 찬성, 동조’를 금지한다는 이유로 목회자들을 징계하려 했지만, 남재영 목사의 재판은 교리와 장정에 명시되어 있는 절차가 전혀 준수되지 않았다. 교리와 장정에서 정한 대면권고절차 위반의 점, 피해자가 아닌 자들이 고소하여 고소한정주의를 잠탈한 점, 심사위원들에 대한 기피 신청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점, 재판위원들의 제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 기소장이 송달되지 않은 점 등 수많은 절차적 흠결은 모두 무시되었다.
수많은 흠결 투성으로 무리하게 진행된 남재영 목사에 대한 재판의 결과는 ‘출교’이다. 출교는 면직을 넘어, 목사직 박탈은 물론 감리회의 신도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는 조치이다. 약 40여년간 감리교에 투신하여 가난하고 낮은 자들을 위한 사회선교에 평생을 헌신해 온 목회자에게, 성소수자에게 축복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공동체에서 추방한 것이다. 차별에 반대하고 환대와 연대를 한 목회자를 출교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행태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며, 인권과 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감리교는 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성소수자인 이웃은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더이상 그들은 이웃이 아니라는 것인가? 하나하나 배제하면, 그렇다면 남는 ‘이웃’은 누구인 것인가? 남재영 목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노동자, 노숙인, 쪽방촌의 가난한 이웃,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선교했다. 성소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여 축복한 죄로 은퇴를 1년 앞둔 목사를 출교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결국 신앙을 빙자하여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환 목사와 남재영 목사 외에도, 성소수자를 축복한 많은 목회자들이 심사받고 기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무더기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감리회가 아닌 장로교, 침례교에서도 성소수자 환대 목회자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동환, 남재영 목사를 비롯해 수많은 목회자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환대라는 기독교의 본질적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우리는 성소수자가 단죄의 대상이 아닌 축복의 대상임을 고백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로, 투쟁으로 함께할 것을 이 성명으로써 결의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들이 걷는 사랑과 정의의 길에 함께할 것이다.
2024. 12. 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