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무죄판결을 고대한다
옥포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파업을 하였다. 검찰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면서 기소하였고, 이 재판은 1년을 넘게 심리가 진행된 끝에 2024. 10. 23. 자로 변론종결되어 2024. 12. 11.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하청노동자들의 대표자인 김형수 지회장에 대해서 징역 4년 6개월이라는 높은 형을 구형하였다.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를 살펴보면, 2022년 파업기간 중, 도크, 안벽, 발판물류장 등 하청노동자들의 주요작업장 진입로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작업장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노조법 시행령 제21조에서 열거한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 중 ‘건조중인 선박’인 선박블록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선박건조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한 매우 편파적인 주장이다. 하청노동자들이 파업기간 중의 도크, 안벽, 발판물류장의 길목에서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홍보활동을 하였던 것은 맞지만 단연코 다른 작업자들의 진입을 부당하게 막아선 일은 없었다. 파업참가자들이 작업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는 기재 부분 중 상당수는 사용자들의 주장에만 근거하여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재한 것이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실제로 일부 작업을 막아선 경우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불법대체인력 투입, 중대한 작업불량을 은폐하려는 시도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합리적 범위에서의 저항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들이다.
선박블록 점거를 노조법 위반과 업무방해로 기소한 부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대법원은 노조법 제43조의 금지되는 점거행위란 점거 범위의 측면에서 사업장 시설의 전부에 이른 전면적 점거이고, 추가로 사용자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할 정도에 이른 배타적 점거에 해당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에 대해 사용자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수준으로 행하는 부분적·병존적 점거는 노조법 제43조에서 금지되는 점거행위가 아니므로, 이를 두고 노조법 위반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최안 등 7인이 점거행위를 한 곳은 1도크 H5495호선 중 선박블록의 내부공간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시 점거블록은 외판용접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유최안 등 7인의 점거에도 불구하고 외판용접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 가능했었다.
뿐만아니라 점거블록 뒤에 놓여 있던 H5494호선의 경우도 점거 당시 설계과정에서 예정한 공정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으로, 유최안 등 7인의 블록점거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업자들의 선박건조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즉, 유최안 등 7인의 점거행위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에 대한 점거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지배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은 부분적 병존적 점거에 해당한다. 따라서 노조법 제4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유최안 등 7인의 선박블록 점거행위는 무죄이다.
검찰의 기소 취지에는 노조법 제43조의 위임을 받은 노조법 시행령 제21조에서 ‘건조중인 선박’을 점거가 금지되는 시설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점거의 정도가 부분적 병존적 수준에 그치더라도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노조법 시행령 제21조는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금지되는 점거행위를 구체화한 위임입법에 불과하다. 부분적, 병존적 점거행위로 해석되는 한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금지되는 점거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해석을 고려하면, 표면적으로는 노조법 시행령 제21조에 열거된 장소에 대한 점거이더라도 전면적, 배타적 점거행위에 이르지 않은 것인 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하청노동자도 헌법이 부여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법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다. 국회는 이러한 사명을 받들기 위해 원청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명시한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의 반노동적 거부권 행사로 좌절되었다.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노조할 권리를 주장한 하청노동자들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정당한 외침과 주장에 공명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