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손해배상청구 승소 판결 1주년,
일본의 법원 판결 이행 촉구 기자회견문
작년 11월 23일, ‘위안부’ 관련 일본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로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법적 진실 규명과 배상의 길이 열렸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당하게 스스로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투쟁해 왔던 피해자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해 헌신했던 국내외 시민들의 승리이자, 어떠한 고난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한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의 승리입니다.
이 판결은 ‘위안소 건설’ 등 일본 정부가 자행한 조직적이고도 광범위한 불법행위 인정,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육체적·정신적 피해’ 발생 인정, 피해의 출발인 ‘기망, 납치, 유괴’ 등 강제동원이 당시 법에서도 명백히 불법이었음을 명기함으로써 일본 정부와 우익, 역사 부정론자들이 제기했던 대부분의 주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또한 일본이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던’ ‘우리’ 땅에서 ‘우리’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므로 현 대한민국 재판부가 재판권을 가짐이 마땅하며, 이는 일본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실이라며 ‘국가면제’를 부정했습니다. 국가 간의 정치적 합의와 ‘해결’이라는 일방적 선언이 개인의 청구권과 무관함을 우회적으로 밝힘으로써 ‘2015 한일합의’의 부당함도 알렸습니다. 너무도 명쾌한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가 중심이 아니라 개인의 인권 중심으로 변화하는 국제인권규범에 동참한 선도적 판결에 고무되어 중국의 피해자들도 일본국을 상대로 두 건의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즉각 외무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의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어서 지극히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며 주일대사를 초치하기까지 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드는 격입니다. 이후 판결을 무시로 일관하며 배상 책임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한반도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범죄사실 부정과 왜곡, 피해자 모욕을 일삼으며 대한민국 고등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일본 정부를 과연 민주주의 법치 국가라 부를 수 있습니까?
한국 정부의 태도는 가히 망국적 수준입니다. 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가 간의 합의로서 존중’한다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을 뿐, 피해자들을 위한 어떠한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립 국가의 주권을 훼손하는 일본 정부의 월권행위에 적극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이미 파탄 난 ‘2015 한일합의’ 운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운운하고 있습니다. 판결에 대한 공식적 입장문 발표나 기자회견도 없이, 당사자인 피해자들이나 소송수계인들도 아닌 내외신 기자들에게 문자 통보를 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한국 정부는 과연 누구의 정부입니까? 나라의 위상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정도로 끌어내려 대한민국 국민을 능멸하고 피해자들을 멸시하는 작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2024년 9월 5일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재산명시 신청을 진행했고, 11월 7일 한국 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관계를 명시한 재산목록 제출을 명했습니다. 피해자와 대리인단은 법적 절차에 따라 재산조회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여 일본 정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군‘위안부’손해배상청구 승소 판결 1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비열함과 무도함, 한국 정부의 비겁함과 무책임함 모두를 강력히 규탄하며, 판결의 이행을 위해 지금이라도 양국 정부가 노력할 것을 강하게 촉구합니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다시는 지워지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전 세계 시민들과 연대해 더 큰 힘으로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데 앞장설 것을 다짐합니다.
2024년 11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