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년에 부쳐

2024-08-27 174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년에 부쳐

 

이정민 변호사(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

 

 2023. 8. 24.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62,400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였습니다. 지난 일년 간 이루어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방류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당시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던 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었으며, ‘우려와 비판이 괴담이자 거짓선동이었음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2024. 8. 22.(목) 국회에서 핵 오염수 해양투기 1년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사능 물질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하여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약 2000년전 진나라의 시황제는 수은을 불로불사의 영약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피부에 발랐다고 합니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한다고 알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기원전 2000년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영유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납 중독으로 죽어갔음에도 우리는 납의 구체적인 해로움에 대하여 거의 알지 못하였고, 그 결과 겨우 30여년 전에야 납이 들어간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우리는 90년대까지도 석면으로 된 슬레이트 지붕을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기고 건축재료로 애용했습니다. 폐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을 건축물에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 것은 겨우 2009년의 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62,400톤 방류되었을 뿐이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은 점점 더 많이 드러날 것입니다. 오염수는 물과 섞이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선량의 방사능만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오염수의 양은 1,300,000 톤에 달합니다. 이에 더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폐로가 이루어질 때까지 매일 90톤의 새로운 오염수가 생기고 있으며, 생길 예정입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를 위해 필수적인 핵 연료 파편의 인출을 단 1g도 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폐로에 걸리는 시간은 현재 예정된 30년이 아니라 50년,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일입니다. 결국 100년 이상 일본은 바다에 방사능을 버리게 되는 것이고, 우리는 100년 이상 저선량 방사능의 영향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100년동안 방사능에 노출되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저선량의 방사능 물질은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인체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 있고, 이 때문에 우리는 거의 아무런 걱정 없이 엑스레이를 찍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비행기를 탈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저선량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매일 노출되는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20년간 방사선사로 근무하였던 직원의 백혈병에 대하여 산재가 인정되기도 하였고, 2021년에는 대한항공에서 32년간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북극항로와 같은 고위도 노선을 비행하였던 조종사의 백혈병 발병에 대한 산재가 인정된 사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저선량 피폭도 암발병의 원인이 되고,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마찬가지로 1년간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는 것과 100년간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는 단 1년동안 국내 피해사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해우려를 “괴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다량으로 가진 해양동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후쿠시마 원전 항만 내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조피볼락에서는 18,000Bq/kg(23년 6월), 노래미에서는 400Bq/kg, 가자미류에서는 540Bq/kg(각 23년 12월)의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되었습니다. 여기에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류의 흐름상 제주 해역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도달하는 것은 1년 후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해양동물들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지금보다 더 높은 방사능이 검출될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여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단 1년 동안 우리나라 바다에서 높은 방사성물질을 가진 해양동물이 발견된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괴담”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민변 민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변호단은 2024. 8. 22.(목) 국회에서 개최된 핵 오염수 해양투기 1년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런던협약 등 국제환경법은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할 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우려될 때 예방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이른바 사전주의원칙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전주의원칙에 입각했을 때,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가 안전하다는 거짓말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오염수 방류를 금지하기 위한 대외적/대내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등 조치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에게 오염수 방류 중단을 요청해야 합니다.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인만큼 다른 국가와 국제해양재판소에 공동 제소 등을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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