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공동성명]
희생자 가족의 의문과 바람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 더 큰 문제는 오늘 불참한 고용노동부
오늘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 부상자 가족, 대책위를 상대로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있었다. 유가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참사가 빚어진 지 보름 만에 국가의 공식적인 브리핑에 큰 기대를 걸고 참석했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을 증명하듯 오늘 경찰의 브리핑은 유가족들의 기대와 바람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참사가 빚어진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들 외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없다. “수사 중인 사안이기에 공개하기 어렵다”, “회사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을 준비하는 관계로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등 중대재해 참사가 빚어질 때마다 소위 관계 당국에 의해 나오는 너무 익숙한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유가족들이 이러저러한 처지와 환경으로 한국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있으니 수사 속도를 높여 달라”,“안전교육 등 안전조치 위반과 관련한 사용자 의무 위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꼭 처벌받게 해 달라”,“리튬배터리 제조 공정이 위험한 공정인데 이에 관련한 회사, 관련 기관, 한국 정부가 역할을 다했는지 수사하라”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적이며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했다.
오늘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리셀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참사가 빚어지기 전까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4건이 있었다는 것. 폭발을 피해 간 사무동 건물에서 고용관계와 사용자의 의무 불이행 여부를 밝혀낼 자료를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히 확보했다는 것,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상, 치사의 혐의로 4명을 입건, 고용노동부가 1명을 입건했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입건 현황의 경우 경찰 브리핑 직후 고용노동부가 자신들은 3명을 입건했다고 언론에 밝혀 정말 범정부 차원에서 이번 참사에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늘 브리핑에는 고용노동부가 참석해 동일한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우리 브리핑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참여하는 관계로 오늘 브리핑을 연기한다”라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를 겨냥하며 브리핑에 불참했다. 기가 찬다. 범정부 합동수사본부의 책임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맡고 있고,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되는 중대 사안에 관리, 감독 책임을 가지고 있는 부처가 고용노동부다.
대책위와 대책위 법률지원단이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권한을 위임받고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지 꽤 오래이며, 피해자들이 가지는 권리와 그중 하나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정부 부처가 그것도 핵심 부처가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협의회’와 ‘대책위’는 오늘 브리핑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나마 경영책임자인 에스코넥·아리셀 대표이사가 이전의 중대재해 사건과 다르게 빠르게 입건이 되고, 경찰이 이러저러한 내용과 형식의 아쉬움은 있지만 피해자 가족 앞에서 공식적인 브리핑을 진행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
경찰을 위시한 고용노동부 등 범정부 합동수사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조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피해자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상황과 진척의 결과 등을 숨김없이 보고하고 피해자 가족 당사자의 의견과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 기대 이하의 브리핑에 실망하고 분노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기회를 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응당한 조치이다.
2024년 7월 8일
산재피해 가족 협의회 /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