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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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론사 정치부·경제부·사회부 |
발 신 |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담당 : 안상미 위원장 010-9144-0546 / 이철빈 공동위원장 010-2525-1630) 전세사기 시민사회대책위 (담당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010-4258-0614,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010-2231-1742,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 010-9918-1720, min@pspd.org) |
제 목 |
[보도자료] 22대 국회,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및 각 정당 지도부 면담요청 기자회견 |
날 짜 |
2024. 6. 10. (총 9쪽) |
보 도 자 료 |
22대 국회,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및 각 정당 지도부 면담요청 기자회견
22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예방대책 즉각 논의하라!
일시·장소 : 2024. 6. 10.(월) 오전11시, 국회 정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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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지와 목적
- 지난 21대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하루 앞두고 정부는 LH매입안을 발표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사용을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보증금채권매입안(선구제후회수)과 LH매입안(정부안)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전세사기가 발생한 원인과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해결책 또한 단일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는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 LH를 통해 경매차익을 활용하는 정부안이 서로 보완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5월말 여야는 6개월마다 보완입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나, 1년을 넘어가면서 경공매가 속행으로 진행되어 피해자들의 불안과 고통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함께 조속히 논의되어야 합니다.
- 또한 여전히 전세사기라는 사회적재난은 진행중입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며 성급하게 제시된 정부안 하나가 대책의 전부여선 결코 안될 것입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정부안을 비롯하여, 피해자들을 또다시 사각지대에 방치하지 않도록, 또다시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삶을 비관하게끔 내몰리지 않도록, 더 촘촘하고 안전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제 더는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2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히 만들어야 할 법안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각 정당 지도부 면담을 긴급 요청하는 바입니다.
- 오늘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및 각 정당 지도부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절망의 벽 안에 갇힌 피해자들의 숨 쉴 구멍을 틀어막는 정치가 아니라,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를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긴 정치를 촉구합니다.
2. 주요발언
1)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늦었지만 정부의 점진적인 변화에 대해 감사합니다. 그동안 저희 피해자가 빚좋은 개살구 마냥 쓸 수 없는 지원책들 때문에 시간낭비 돈낭비를 많이 한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 처럼 경매가 종료되어가는 피해자들이 많아져 쓴소리를 해야만 했기에 혹여나 “정부나 여당에서 하는 건 무조건 반대야” 하라고 들리실까봐 절대 그렇지 않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립니다. 특히 심각했던 다가구나 신탁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전세사기는 제도적 결함으로 인한 사회 재난이고 국민의 주거권을 위협한 대표적 민생문제입니 다. 이 사회재난의 피해자를 구제함에 있어,,마치 거대 여당과 야당의 자존심 싸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느방안을 피해자들이 더 많이 선호하더라도 야당 또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승리의 문 제가 아님을 다시한번 정확히 말씀드립니다. 다만 피해자들의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져야 합니다. 아울러 이는 정부안이 보완되어 선구제안과 양립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저희가 주장한 선구제는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최악의 피해자에게 최소 30%는 보장해주자라는 최소한의 장치였으나 채권매입으로 방법으로 인한 사각지대인 신탁사기가 있었습니다. 정부안은 이를 보완해주는 장치이고 정부안에 실리지 않은 최악의 피해자를 보완하는 것이 채권매입 선구제 방안입니다. 지금껏 여당의 반대로 선구제안도 제대로 논의되었다 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부안또한 보완해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특별법 또한 보완해야하며 거 부당했던 개정안에 있던 건물관리 문제, 신 탁명도 소송중지 등의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이 또 방치되고 있습니다.
- 이제 22대 국회가 열렸습니다. 국회의 복잡한 절차로 인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같기에 또 불안합니다. 피해자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저도 경매가 끝났고 또 여름이 다가와 누수와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 다. 하루하루가 피해자들에겐 다급한 시간들임을 잊지말아주시고 22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특별법 개정을 함에 있어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부탁드리며 각정당의 지도부 면담을 요청합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여러분의 국민의 대 표로 일하신다는 것을 증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강조드립니다. 전세사기는 피해자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사회적 재난입니다. 피해자의 손해와 희생을 당연히 여기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사회재난의 피해를 구제하고 예방하는 것은 정부가 마땅이 해야할 책무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이 재난을 정쟁화하지말고 피해 지원과 예방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시길 바랍니다.
2) 신상헌,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희망이 제정되고 1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마다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정한다는 여야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며 희망은 희망고문이 되고 있습니다. 1년도 남지 않은 특별법이 아직도 처음 그대로입니다.
- 제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이토록 원망스러운 적이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그렇게 만나달라고 할 때는 어디 계셨습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셨던가요? 그래서 지난 1년 느긋하게 강 건너 불구경 하셨습니까? 작년 특별법으로 인해 경매가 유예됐던 피해자분들의 경매가 재진행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하신 방안은 시행이 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할까요? 그동안 경매가 종료되어 퇴거하는 피해자분들은 어떻게 회복을 할까요? 부산에서 발생했던 보증 취소 사태를 볼까요?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자 HUG는 바로 항소했습니다. 많은 판례들을 떠나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HUG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과 피해 회복을 위한다는 분들이 취하는 자세입니까? 피가 마르는 피해자분들을 생각은 하십니까? 진정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22대 국회에 바랍니다. 첫째, 가해자들에 엄벌을 요구합니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의 꿈이, 삶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왜 사기의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지 몰라서 놔두시는 겁니까? 아니면 사기꾼들의 인권이 그리도 중요해서 그러십니까? 그럼 그 소수의 범죄자들 아래 무너져 내리는 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디에 있습니까? 가해자들이 적은 처벌을 받고 아니 어떤 이는 처벌조차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동안 피해자들이 그 모든 빚을 해결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십니까?
- 둘째,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나라의 세입자들을 위한 제도와 정책은 아직도 거북이 걸음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회복과 지금의 제도와 정책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부족한지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전세사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임차인의 권리를 더욱 세밀하게 보장하는 정책과 제도로 개선해 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얼마나 더 많은 분이 삶을 포기해야 정신 차리실 겁니까? 22대 국회가 부디 저희 피해자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저희와 같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3) 박소영,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전세사기 피해자)
- 저는 올해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취직을 하기 위해 이사를 준비하던 중 제가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저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눈물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단지 제 돈을 내 잘못 없이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법에 따라 구제를 받으려고 아무리 아등바등 노력을 해도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소모되기만 하는 그 괴로운 과정을 겪어야했던 점이었습니다.
- 전세사기의 유형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지원책은 수많은 피해자 중 일부 유형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변호사인 저도 아직도 전세사기특별법의 구제책을 단 하나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구제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은행에 가도 지원책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은행 직원에 의해 좌절되기 일쑤였습니다.
- 이것은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살아가는 과정의 단 일부분입니다. 마치 폭탄돌리기 게임에서의 폭탄이 되어 이리저리 던져지는 기분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특별법을 이용하라고 만들어놓고, 정작 그 길을 열심히 따라 가다보면 혼자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있게 됩니다. 내 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아무리 노력해도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니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 전세사기 사건으로 저는 로스쿨 동기들이 모두 취직하는 동안에도 한달 가량을 취직하지 못하고 법적 대응과 피해자로 결정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법률가로서의 교육을 받은 저도 이렇게나 힘이 들었는데, 일반 시민인 피해자분들은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드실까하는 마음에 이 기자회견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 전세사기는 국가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와 각 정당의 지도부는 하루빨리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과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을 각 상황과 처지에 맞게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4) 김가원,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
- 반쪽짜리나마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국세징수법 등이 개정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피해자들의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을 이용할 수 없는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신탁, 대항력, 최우선변제, 다가구주택, 경매 퇴거, 피해 주택 하자 문제 등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세입자를 위한 제대로 대책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절망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할 수 있었던 시간을 2년 늦춘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 그러나 21대 국회가 완수하지 못한 일에 당장 착수하기도 모자란 형국에,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다시 종부세 폐지 주장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을 보고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선되자마자 지역구 자산가들의 눈치만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서민들을 위한 국정을 믿고 맡길 수 있습니까? 작년에 종부세를 낸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속한 지역구에 과연 세입자 시민은 무주택 서민은 얼마나 살고 있는지 관심이나 가져보셨습니까. 벌써 전세사기 문제 만으로 8명의 피해자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안타까움까지 더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집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렸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무엇이 더 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피해자들의 일상이 회복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일입니다. 예산을 확보하는 문제, 물론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부안 역시 예산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현재의 특별법처럼 결국 피해자들의 위태로운 삶을 하나도 구제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불안을 멈출 수 있도록 제도가 작동하는 일 아닙니까. 그것이 법제도가 존재하는 이유 아닙니까.
- 22대 국회는 21대 국회가 지키지 못한 약속, 빠른 이행에 착수하십시오. 여당은 더 이상 피해자들의 요구를 모른 척 하지 마십시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에 꼭 필요한, 시급한 일임을, 지난 아픈 시간을 통해 모두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구조이고, 국가입니다. 더 이상 국가가 세입자의 희망을 앗아가고, 세입자의 삶을 흔드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22대 국회가 시급히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3.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22대 국회,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및 각 정당 지도부 면담요청 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
- 진행안
- 사회 :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 발언1 :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발언2 : 신상헌,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
- 발언3 : 박소영,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발언4 : 김가원,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
- 기자회견문 낭독 : 박희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활동가
▣ 붙임. 기자회견문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붙임. 기자회견문
22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예방 대책 즉각 논의하라!
오늘 우리는 22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히 만들어야 할 법안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요구하며 각 정당에 지도부 면담을 긴급 요청하는 바이다. 특별법 제정 후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그동안 계속 대책없이 법 개정을 반대하더니,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LH매입안을 21대 국회 종료 직전에 대안으로 제시했다. 1년 전,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외쳐될 때부터 무조건 다 안된다고만 하던 정부는 희생자가 늘어나자 그제서야 경매유예정지, 우선매수권, LH공공매입 등 하나씩 찔끔찔끔 수용했다. 그 와중에도 까다로운 피해자 결정 기준을 만들어 피해자인데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양산했다.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피해자들은 경공매 개시를 앞두고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절망어린 목소리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것은 누구였나. 6개월마다 개정하겠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한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희생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 사회적 타살의 책임자들이다.
21대 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되었던 특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부가 제시한 LH매입안은 단일하게 적용가능한 안이 아니다. 정부의 대안은 피해주택을 매입해야만 작동하는 방안이다. LH가 매입할 수 없거나 못하는 주택의 경우, 그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회수 방안은 없다. 정부의 LH매입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보증금채권매입안과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세사기가 발생한 원인과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해결책 또한 단일할 수 없다. 정쟁의 도구로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가져다 쓰기에는, 피해자들의 불안과 고통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제정 1년이 지나가면서 경공매가 속행으로 진행되는 피해자들은 감옥이 된 집에서 빈 손으로 쫓겨나게 될 날이 다가오는 공포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1년 내내 피해자와의 면담과 논의를 거부하다가, 21대 국회 종료 직전에야 문제 해결의 묘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 처럼 구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으로 보이는지 아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떤 유형의 피해자만 선별적으로 구제해주는 정책이 아니다. 전세사기 피해 유형에 따라 구제되거나 구제되지 않는 수준의 대책은, 국가가 구조적으로 방치해온 이 사회적재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주창 요구해왔다. 신탁인지 아닌지, 다가구인지 아닌지, 불법건축물인지 아닌지 따위가 정녕 그렇게 중요했다면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기 전에 국가가 나서서 관리감독했어야 할 일이지 않는가. 집을 구하고 대출을 받고 전입신고를 하고 이사를 하는 내내 국가의 그 어떤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피해자의 유형을 나누고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를 들이댈 자격이 국가에겐 없다. 이제 와서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1년동안 공식적으로만 8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죽음으로 탄원했다. 전국의 피해자들이 참고 또 참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죽고 싶은 절망감을 참아내고, 대출상환과 경매꾼들의 압박으로부터 괴로워져가는 마음을 부여잡는 일상을 견뎌낸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어제도 오늘도 전세사기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아직 전세사기라는 사회적재난은 진행중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재난에 휩쓸린 세입자들을 구제하라. 이것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반드시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복합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피해자들의 숨쉴 구멍을 틀어막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숨구멍을 만들어내고, 사각지대를 없애 나가야 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시급히 해나가야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안이 결코 대책의 전부여선 안될 것이다. 피해자들이 또다시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또다시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삶을 비관하게끔 내몰리지 않도록, 더 촘촘하고 안전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피해 구제 만큼 예방 또한 중요하다. 그동안 세입자들은 주택매매가격, 선순위 임차인과 보증금 규모,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여부, 자산·신용상태 등에 대해 알지 못하고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믿고 계약을 했다. 이같은 정보비대칭 문제 중 국세·지방세 열람, 선순위 임차인 확인 등의 일부 개선이 이뤄졌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보증금은 주택가격 급등락에 따라 언제든 미반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집값과 전월세 가격 급등락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위험 방지를 위해 주택 매매 가격 대비 보증금 비율을 70% 이하로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바지임대인 피해 예방과 함께 전월세신고제 위반시에 과태료 부과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는 임대사업자 의무 이행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임대주택 소유자에 적용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임차인의 보증금을 산입해 임대인이 자기자본 없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갭투기를 규제하고, 전세 자금대출 차주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해 전세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번 피해로 드러났듯 비현실적인 최우선변제금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이에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정부와 각 정당 지도부 면담을 요청한다. 특히, 정부안이 늦게나마 나온 만큼, 여야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사각지대 없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일상을 회복하고,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제대로 된 개정안과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피해자, 시민사회, 국회,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2024. 6. 10.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