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또다시 누더기가 된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고문방지협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인권위원들에게 그 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4. 6. 3. 전원위원회에서 고문방지협약 국가인권위 독립보고서(안)을 수정 의결했다. 인권위는 독립보고서를 유엔 조약기구가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과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대한 권고를 후퇴시키거나 배제하는 등 인권위가 세워온 입장과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도록 수정했다. 일부 인권위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인권위가 여성차별철폐협약 심의에 이어 고문방지협약 심의에까지 후퇴된 ‘누더기 독립보고서’를 제출하게 된 것이다.
- 이번 독립보고서는 상임위원회와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초안에 비해 후퇴된 내용으로 의결되었다.
(1) 국가보안법의 “폐지 또는 개정” 권고를 국가보안법의 “정비 등 남용방지 대책 수립”으로 완화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자 유엔 조약기구의 기존권고보다 후퇴한 권고를 제안한 것이다.
(2) 군형법 92조의6 폐지 권고는 보고서 내용에서 삭제했다. 유엔 조약기구 및 특별절차에서 반복하여 지적한 한국의 소도미법에 대한 폐지 권고를 제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고, 이는 인권위의 기존 입장에도 반한다.
(3)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과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의 “폐지”를 “완화”로 수정했다. 이 역시 인권위의 기존 입장과 유엔 조약기구의 권고에 반하는 입장이다.
(4) 테러방지법상 위험인물 지정절차 수립을 삭제했다. 대테러조치에 있어 투명한 적법절차와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유엔 조약기구 등의 견해를 외면한 입장이다.
- 이번 독립보고서가 기존 인권위의 입장조차 번복하고, 후퇴된 권고를 제안하게 된 것은 자격이 의심되는 인권위원들의 자의적 판단 때문이었다. 전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인권위원들은 고문방지협약에 대한 몰이해와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보여주었다.
김용원 위원은 고문방지협약의 명문 규정과 확립된 해석에 반하는 주장을 펴며 ‘국가보안법이 고문방지협약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는 사형이 필요하다’ 등의 막무가내식 질문과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여성 인신매매 문제를 ‘있지도 않은 사실’이라며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피해자들에게 부당한 강제출국명령을 내린 판결을 옹호했다. 시종일관 ‘인권위가 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보고서를 내는지’, ‘고문방지협약에 대한 교육을 해서 무엇하냐’ 등 인권위원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발언과 막말을 일삼았다. 김용원 위원은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에 관해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사람이며 정상적이 아니’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충상 위원 역시 논의 과정에서 국제 인권 조약에 대한 몰이해,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는 발언을 일삼았다. 조약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는 국내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권고 제안을 반대 또는 기권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없다며 이들의 노동이 국내 가사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외국인 가사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5천 원으로 따로 정해 지급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석훈, 강정혜 위원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고문방지협약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제적 착취’ 문제가 협약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등 고문방지위원회의 기존 권고와 법리에 배치되는 의견을 서슴없이 개진했다. 특히 한석훈 위원은 여성, 이주노동자, 난민 문제에 있어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무고한 피의자를 양산하고 남용의 여지가 높기 때문에’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를 중심으로 한 강간죄 개정을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고, 난민 신청자가 심사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기구, 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적한 인신매매 처벌에서의 공백이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한별, 김종민, 김용직 위원도 인권위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다.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 인권 조약 심의 과정에서 국내 인권상황에 대한 평가와 필요한 권고 제안을 제출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법에 따른 인권위원의 책무이다. 김종민 위원은 특별한 의견 개진 없이 독립보고서의 내용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한별 위원은 최저임금제를 보장하면 외국인 노동자를 안 쓸 확률이 높아진다며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몰각하는 차등임금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직 위원도 국가보안법, 군형법 제92조의6 등 주요 의제에서 기존 인권위의 입장과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상에서 살펴본 인권위원들의 협약에 대한 몰이해와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여성차별철폐협약 심의에 이어 고문방지협약 심의에도 후퇴된 독립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이는 파리원칙 등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국가인권기구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자, 대한민국 인권상황의 후퇴를 인권위 스스로가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고문방지협약의 확립된 해석과 기존 권고를 숙지하지 못한 인권위원들에게 과연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퇴행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번 고문방지협약 심의에서 인권위원들의 자격 문제를 여과 없이 보고하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2024년 6월 5일
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