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논평] 징벌적 대체역복무제도에 대한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4-05-30 235

[논평] 

징벌적 대체역복무제도에 대한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헌법재판소는 2024. 5. 30.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현행 대체역복무제도(이하 ‘대체복무제’)가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의 선택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현행 대체복무제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징벌적 처우’임을 지적하며 대체복무요원의 기본권 침해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 청구인들은 위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차별적으로 복무기간을 3년으로 규정하고, 복무장소를 교정시설로 한정하고, 합숙근무를 강제하고, 정당가입을 전면 금지하는 문제 등 현행 대체복무제가 군 복무가 아닌 대체복무의 선택에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의 ‘징벌적 형태의 복무’로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처우’라 보기 어렵다고 설시하며 복무기간 차별 등이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3. 현행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 복무장소 제한, 합숙근무 등이 ‘징벌적 처우’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현행 대체복무제가 상정하고 있는 3년은 육군 복무기간의 2배로 해외사례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복무기간이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스웨덴, 덴마크, 필란드, 스위스 등 OECD 국가는 교정시설 외 병원, 사회복지 시설, 환경 시설 등을 대체복무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장기간의 복무기간과 복무장소의 제한 등은 대체복무를 선택을 이유로 부과하는 차별적이고 과도한 불이익이므로 ‘징벌적 처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명백한 ‘징벌적 처우’를 납득할 수 없는 논거로 정당한 조치라 평가했다. 육군의 복무기간이 병역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18개월으로 단축은 되었지만, 병역법이 원칙적으로 육군의 복무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는 이상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이 육군의 복무기간의 1.5배에 불과하고 징벌적일 정도로 장기간이 아니라 평가했다. 복무장소를 교정시설로 국한했을 뿐 대체복무요원이 교정시설 내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징벌적일 정도로 제한적인 업무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4. 헌법재판소가 현행 대체복무제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복무기간의 조정, 복무기간의 확대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대체복무제는 이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는 2023. 4. 28.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복무기관의 확대를 위한 업무분야의 추가 발굴 및 지침마련을 하겠다고 회신하는 등 제도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는 이상 현행 대체역복무제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고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부당하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의 평등권 침해 주장이 ‘대체역의 복무가 과도하다는 취지”라며 별도로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았다. 장기간의 복무기간 부과, 복무장소의 제한 등은 본질적으로 군 복무의 선택과 대체복무의 선택에 따라 복무기간 및 복무장소를 다르게 설정하는 ‘차별’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대체역복무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뿐만 아니라 별도의 심사를 통해 평등권의 침해여부를 면밀하게 살펴야 했다. 복무의 과도함에 따른 기본권 침해와는 별개로 헌법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5. 위원회는 현행 대체복무제에 따른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아니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소가 과거 스스로 세운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대체복무제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설시하였듯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그 취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차별적이고 징벌적인 성격의 각종 처우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현행 대체복무제의 징벌성과 그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규탄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2024. 5.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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