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논평] 윤석열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 노동법제 완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 정부의 2023. 11. 13.자 노동시간 개편방향 발표에 부쳐 –
[성명]
윤석열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 노동법제 완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 정부의 2023. 11. 13.자 노동시간 개편방향 발표에 부쳐 –
고용노동부는 2023. 11. 13.에, 노동자 및 사용자, 그리고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고 하는 “전례 없는 대규모 면접조사”의 결과를 발표하며, 주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도모할 것임을 밝혔다. 작년부터 추진하였던 ‘장시간근로제’ 전면화 시도에 대한 노동계의 전례 없는 반발에 한발 물러난 모양새이지만,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장시간 근로를 가능케 하는 제도의 도입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라고 명령하고 있는바(헌법 제32조 제3항),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노동시간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헌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고, 함부로 후퇴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밝힌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6~8월 사업주 9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최근 6개월간 주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업주는 불과 1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제는 이제, 사업장 내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로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주들도 대부분 적응하였을 정도로 보편화된 노동시간 제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총량은 유지’하되 ‘1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노사와 국민 모두 찬성하는 비율이 더 크다고 하며 이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 방안대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보다 확대할 경우, ‘평균의 함정’에 의해 특정 주에 가능해지는 연장근로의 한도가 무한히 늘어날 위험이 있는바,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계속적인 주(週)당 휴게시간이 침범될 수 있다. 이러한 휴게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에, 특정 업종이라 하여 그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제조업·건설업 등의 업종, 설치·정비·생산직 및 보건·의료직과 연구·공학 기술직 등의 직종에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의 필요성이 크다고 발표되었으나, 이러한 계속된 장기노동으로 인한 건강권의 침해가 막대한 영역에서, 특히 사용자의 필요만으로 장시간 노동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옳지 않다. 전체적으로 평균적 노동시간을 유지시킨다 한들, 불규칙 노동의 일반화는 노동자의 신체리듬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노동자의 의견과 관련해서도, 노동자가 적절한 시간을 노동하면서도 적절한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으로 인한 경제적 수익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열악한 임금 상황을 불변의 것으로 전제한 다음 장시간 노동에 대해 노동자들이 동의하였다는 외관을 동원하여 장시간 노동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주52시간제는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주는 노동시간 제도이고, 우리 사회에 충분히 정착되었다. 정부는 여하한 방식으로든 이 제도에서 일탈하여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제도의 추진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2023. 11. 14.(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