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 기억, 추모, 그리고 진실을 향한 다짐이 함께한 참사 집중 추모기간
-작성: 허진선(민변 사무처)
10·29 이태원 참사로 하늘의 별이 된, 159명 희생자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0월 16일부터 10월 29일까지를 10.29 이태원 참사 집중추모주간으로 선포하고 이태원역 1번출구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위한 투쟁과 공동체 회복의 과제 관련 학술대회, 1년 동안의 유가족 활동을 담은 다큐 <별은 알고 있다> 시사회, 서울광장 분향소와 이태원 일대를 중심으로 한 추모제 등 기억과 추모 활동을 개최하였습니다. 그중 민변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함께했던 활동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유가족과 함께 10.29km 서울도심 걷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유가족과 함께 10.29km 서울도심 걷기>는 10월 7일, 14일, 21일 토요일마다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10시 29분에 출발하여 총 10.29km를 걷는 활동으로, 방송차량이나 깃발 없이 서로만을 의지하며 걷는 행사였습니다. 민변이 집중했던 10월 21일의 걷기 행사에서 ‘궁궐 따라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청 – 광화문 – 창경궁 – 대학로까지 약 4.6km를 유가족분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참사 1주기를 맞는 복잡한 마음과는 대비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쉬는 포인트에서 걷기행사에 함께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른 시민분들께 알리는 활동도 진행하였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
10월 23일, 민변 주관으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2022년 11월 24일부터 2023년 1월 17일까지 국회에서 진행된 ‘용산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및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와 이에 따른 책임의 내용이 밝혀지기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많은 과제들이 도출되고 있습니다. 참사의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 과정에서 각 기관별로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무엇을 했고 하지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피해자들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었는지,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경찰, 소방 및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 각 기관별로 그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고 수행하였는지 그리고 피해자들의 권리가 어떻게 침해되었고 지원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짚어보았습니다. (민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단장 윤복남, ‘10·29 이태원참사 추가조사과제 보고서’ 총론에서 일부 발췌)
특히 30대 주요 과제와 173개의 세부의혹을 통해 진상규명의 필요성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너무나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조사 과제들과 여러 의혹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 보고회 자료집(링크) : http://minbyun.or.kr/?p=56364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지난 10월 29일 일요일, 청명하고도 따뜻한 가을의 날씨가 마냥 반갑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이태원에 함께 모였습니다. 참사가 있던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길’ 공간과 추모의 벽 앞에서 헌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셀 수 없는 통곡이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습니다. 뒤이어 4대종교 기도회가 개최되었고 사라진 진실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함께 서울시청까지 행진을 진행하였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어느 행인의 말을 되뇌이면서, 1시간 40분 가량의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도착한 서울시청광장은 추모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하는 시민분들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1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광장을 내어주지 않던 서울시가 이번에는 광장을 열었습니다. 온전히 시민의 것이어야 할 광장에 참사 1주기가 되어서야 모일 수 있었던 것이 많은 함의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과,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님의 여는말과 함께 시민추모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피해생존자들도 함께 용기내달라는 마음을 담은 생존피해자의 추도사가 함께했고, 가족을 온전히 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꼭 담아둔 유가족분들의 편지낭독 시간도 함께했습니다. 또다른 참사 유족인 아카시시 유족회,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도 자리를 함께하였습니다. 정당대표들이 자리한 추모의 시간에, 국가의 수장과 여당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민변 회원 및 민변 회원 가족 50명 가까이 시민추모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저녁이 되니 많이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직접 현장에서, 또 멀리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과 마음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아직 국회의 시간에 멈춰있는 것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 지면을 빌려 회원분들께 특별법 제정 과정을 함께 깨어 살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서울시청 분향소 지킴이로 함께하실 수 있고,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 공동체 상영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12월 18일, 민변이 시민분향소 지킴이를 담당합니다. 지킴이 일정이 가능하신 분들은 사무처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또한, 참사 당일과 그 이후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최초의 10.29 이태원 참사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다시 한 번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유가족분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