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감시네트워크 공동 논평] 국내 정치 · 선거 개입 의도 또 드러낸 국정원

2023-10-13 91

  1.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 · 개표 관리 시스템이 해킹에 뚫려 공직선거 결과까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지난 7월 17일~9월 22일 실시한 합동 보안점검 결과,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관리가 부실했다며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어 사이버 공격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는 없다. 보궐선거 전날 이루어진 국정원의 일방적 발표는 국내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로 발표 시점과 내용 모두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국정원이 굳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날 선관위 시스템 점검 결과를 발표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가상 해킹을 통해 선관위의 시스템에 침입 · 조작하는 방식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북한 등 외부 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거의 투 · 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를 기본으로 이루어지고, 전자 · 기계적 시스템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모바일 등의 투표방식까지 포함한 전자 투 · 개표방식을 채택해 이제 보편화된 각 정당들의 당직 · 공직후보자 선거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를 뻔히 알고 있을 국정원이 선관위 시스템 해킹의 위험성을 과장해, 마치 과거 공직선거에서도 조작이 이루어졌거나 당장이라도 조작이 가능한 양, ‘선거조작’ 음모론에 불을 붙였다.
    선관위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곧바로 “선거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북한 해킹으로 인한 선거 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선관위 발표대로 시스템 보안과 관련해 보완이 시급한 사항에 대해 조치를 마쳤다면, 해당 기관인 선관위가 점검 결과의 발표 시점과 내용을 판단해 공개토록 하면 될 일이다. 굳이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보궐선거 직전에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선관위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 국정원이 선거 패배를 예상한 집권세력의 책임론을 덮기 위해 선거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려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3. 무엇보다 사이버보안 업무는 국정원과 같은 비밀정보기관이 맡아선 안 된다. 물론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을 위한 조정과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업무는 행정부처 · 공공기관들과 민간의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밀행성을 기본으로 하는 정보기관에 사이버보안의 주무기관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하물며 국정원은 그 밀행성을 철저히 악용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관여하고 민간인 사찰까지 일삼아 국정원장들까지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국정원에 선관위의 사이버보안 관련 업무까지 맡길 수는 없다.

  4. 국정원의 이번 발표를 근거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유상범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까지 나서서 사전투표 폐지와 전면 수개표 필요성을 들먹이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과 그 지지층에서만 음모론으로 떠돌던 ‘선거조작설’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과 같다. 국정원의 의도가 어떻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까지도 북한이 조작할 수 있다는 음모론을 부추기며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발맞추는 행위를 벌인 것이다.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해외정보전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할 이유를 또다시 보여줬다. 국정원에 경고한다. 국내 정치와 선거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허튼 꿈에서 당장 깨어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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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몰각한 법조경력 완화 법안소위 통과를 규탄한다 (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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