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논평] 강제추행죄 ‘폭행, 협박’ 요건에 대한 최협의설을 폐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강제추행죄 ‘폭행, 협박’ 요건에 대한 최협의설을 폐기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
1995년 형법 제2편 제32장의 제목이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된지 30여년만에야 법원이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전제로 한 최협의설을 폐기하였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형법 제298조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5조 제2항의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요구하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법원이 2013년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임을 선언하였으나 10년간 최협의설의 폐기가 지체되었다. 그동안 일부 법원은 최협의설을 근거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최협의설의 폐기를 지체하는 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이 법원에 의하여 피해를 부정당해왔다. 종래의 판례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이미 재판 실무는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제라도 정조의 관념을 전제로 한 최협의설을 폐기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 보호법익의 실현, 재판 실무와 종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 해소,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 2차 피해 방지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동시에 형법 제2편 제32장의 ‘강간과 추행의 죄’를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의 죄’로 개정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기본 구성요건으로 하는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2023. 10.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오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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