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민주주의의 가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등 합헌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2023-09-26 128

[민변 성명] 민주주의의 가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등 합헌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1.오늘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주요한 논거로, (1) 한반도의 대결상황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고, (2) 외국에도 국가보안법 제7조 규정과 같은 안보형사법이 존재하며, (3)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정도가 확고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2.그러나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근거들은 지난 공개변론 과정을 통해서도 논박이 되었다. 첫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서 이미 남북간의 체제 경쟁을 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될 정도로 국력의 객관적 차이가 존재하는 2023년에, 한국전쟁 직후의 냉전적 인식과 반공적 관점에서 규범통제를 한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사회가 요청하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근거로 든 외국의 입법례들은 모두 ‘테러’ 등 직접적이고 물리적 위해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규율되는 조항들이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과 같이 표현행위 일반에 대한 형사특별법적 규율이 아니며, 셋째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 놓은 한계 안에서 질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3.더욱 유감스러운 부분은, 제청법원은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제청결정을 하면서 국제인권규범을 일정한 기준으로 설시하였는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유엔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하였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기에 누리는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자연권적 기본권이기에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인권규범 또한 헌법해석의 기준이 되고, 여기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국제적인 규범과 상충하는지를 검토하는 일은 헌법재판 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있는 과제였으나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를 외면하였다.

 

4.반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적행위조항)에 대해 3인의 위헌의견(재판관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 같은 조 제5항(이적표현물조항)의 소지 취득에 대해 다수인 5인의 위헌의견(재판관 유남석, 정정미,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 내려졌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 중 이적행위조항에 대한 위헌의견 중 국가보안법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한다는 취지의 설시는 되새겨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표현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처벌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소수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한다 보기 어렵고,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5.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높이고 한반도의 평화, 번영과 통일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23.9.  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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