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터넷언론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겠다는 반헌법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언론 보도까지 심의하겠다고 나섰다. 소위 ‘가짜뉴스’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방심위의 불법정보 심의대상을 인터넷언론 보도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심위의 정책은 헌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현행법에도 전혀 근거가 없는 위헌 위법적인 시도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언론 및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 및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언론 출판의 자유도 무한한 자유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그 사회적 책임이 부과된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언론 자유를 보장하되 그 사회적 책임을 정하고자 특별히 제정된 것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기사 형식이든 영상 형식이든 인터넷언론의 언론보도에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언론중재법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헌법과 국민의 명령이다.
방심위는 근거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 개념에는 인터넷언론보도가 포함된다는 주장을 편다. 잘못된 해석이자 월권적 행위이다. 정보통신망법 제2항은 ‘정보’의 정의를 ‘지능기본화기본법’의 규정을 그대로 준용한다. 지능기본화기본법은 ‘정보’를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이라고 규정한다. 인터넷언론의 보도 역시 그 외형적 형태만 보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자료, 지식에 해당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의 본질은 보도형식이나 보도수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보도하는 내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도 마찬가지다. 여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여 사회의 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외형적 형태의 ‘정보’와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기능으로서의 ‘언론’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5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에는 그 법률에 따를 것을 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정보에 포함되는 외형적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그 실질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으면 그에 따르라는 것이다. 이에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에서 별도로 특별히 규정하고 있으며 언론보도에 있어 언론중재법이 적용되고 정보통신망법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즉, 현행 법률 규정 그 자체로도 인터넷언론보도는 방심위의 심의대상이 아님은 명확하다. 나아가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정한 제도와 규정들은 1980년에 제정된 언론기본법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화시대 이후의 법률이다. 입법 연혁적으로 보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정보에는 언론보도를 포함하지 않음을 전제로 제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언론사에 ‘정정보도’의 의무를 부과한다. 정정보도청구권자는 개인은 물론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관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언론보도가 사실과 다를 경우 정정보도를 청구하여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다. 사실의 진위여부는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게 된다. 허위정보가 인터넷언론을 통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방심위의 정책목표는 이미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신속성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방심위에 권한을 주는 식이 아니라 사법부의 신속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는 허가권한이나 검열, 행정규제, 형사 수사 등 국가 공권력을 통한 압박과 의무부과가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의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악의적 언론보도로 인하여 언론피해가 실제로 발생하였을 경우 이에 대한 언론사의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을 가중하는 제도 도입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이럼에도 현 정권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언론 관련 공권력을 총동원해 언론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가짜뉴스’ 정국을 조성하여, 권력을 비판 감시 견제하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여야 하는 언론의 기능을 위축하고자 하는 정권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방심위의 이번 규제 시도가 인터넷‘신문’의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그 위헌성 정도가 실로 막중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방송의 공공성과 영향력을 고려하여 방송에 대해 방심위를 통한 내용규제가 이루어지는 실정이나, 방심위가 사실상 국가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지님 등을 근거로 이마저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하물며 유례없는 신문에 대한 행정기구의 내용규제 시도는 그야말로 세계적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방심위는 인터넷언론 보도를 심의하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또한 방심위의 권한확대를 통해 인터넷언론을 심의하려는 별도의 입법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이 역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방심위는 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행정기관의 인터넷언론보도 심의는 사실상 허가나 검열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방송내용에 대한 공정성 등을 방심위가 심의하고 있는 것도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인터넷언론까지 심의대상으로 삼겠다는 입법을 시도한다면 이는 언론자유의 본질적 측면을 침해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우리 위원회는 현 정권의 반헌법적인 언론자유 침해 정책에 반대하며 위헌 위법적인 모든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3년 9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 김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