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는 김용원‧이충상 두 상임위원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과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례하였다. 회의 중 고성을 지를 뿐 아니라 다른 위원들이 자신들의 뜻과 배치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중간에 끼어 들거나 가로채기가 일쑤였다. 두 상임위원의 태도는 전원위원회를 방청한 사람들이 아연실색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침해구제1소위의 한 진정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 그리고 이에 대한 김용원 상임위원과 이충상 상임위원의 입장과 태도였다.
먼저 이 사건에 대하여 간략하게 보자. 지난 금요일(8일) 김용원 위원은 상임위원 명의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내용은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제기한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 진정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이 소위원장으로 있는 침해구제1소위에서 본 사건을 기각하였는데도, 인권위가 이를 처리하지 않는다며 이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에 국가인권위 사무처는 곧바로 해명 보도자료를 내었다. 8월 1일에 개최된 제8차 침해구제제1위원회 회의에서 세 명의 출석 인권위원 사이에서 결정이 합의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위원장인 김용원 위원이 기각의견이 2대 1로 다수라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하였다는 사실관계와 이후의 처리에 대한 사항이 주된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인용 의견을 피력한 김수정 위원은 인권위 법령 등에 근거하여 위원 간의 의견이 다르니 해당 사건을 전원위원회에 올리거나 차기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하였으나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을 선언하고 퇴장하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용원 위원의 이러한 진행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진정사건에 대한 결정은 인용이든 기각이든 각하든 위원의 합의 하에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동법 제13조 제2항에는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령의 통상적인 해석에 의하면 소위원회는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고 해당 의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3명 이상의 참석이 필요하다. 이 법령 어디에도 소위원장이 결정 권한을 가지거나 다수결로 의결한다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 김용원 위원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전원위원회에서 , ‘1명의 위원이 반대했음에도 2명이 찬성했으므로 다수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원위원회에서 이충상 위원도 이 사건과 관련해 미리 준비한 의사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는데 김용원 위원과 동일한 주장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김용원 상임위원은 인권위 사무처의 보도자료를 허위 문서라고 비난하면서, 이후에도 자신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의결 처리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묻고 싶다. 정의연 사건을 민주적 절차나 합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기각시키려하는가. 그 이유가 혹시라도 인권위원 지명권자 등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면 이야말로 명백하게 인권위의 존립과 독립성을 흔드는 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무리한 해석까지 하면서 김용원 위원이 기각시키려고 하는 진정 사건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사안은 정의기억연대가 제기한 진정 사안으로, ‘혐오로부터 사회적 소수자 보호’라는 의제를 담고 있다. 즉,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을 모욕하고 혐오하는 극우세력의 집회나 발언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함이 주된 취지이다. 혐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것이다. 가령. 2020년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일반논평 평화적 집회의 권리(37호)에서 차별받는 집단의 집회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25항에서 “차별받고 있거나 받아 온 집단 구성원인 사람 또는 집회 참여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사람의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용이하게 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이,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차별적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참여자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고 하였다.
이처럼 혐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국가인권기구가 해야 할 업무의 본령이다. 그런데 김용원 위원은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까지 하면서 이를 기각하였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처럼 합의되지 않은 진정 사건을 왜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여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인지에 대해 그 정확한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요구한다. 김용원 위원은 정의연 기각 선언 사건에 대해 진정인들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이러한 반민주적이고 진정인들의 권리를 훼손하는 일을 지속한다면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
- 9. 12.
인권정책대응모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