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논평] 선신고집회를 이유로 평화적 행진의 규모를 제한한 법원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2023-09-08 145

[논평]

선신고 집회를 이유로
평화적 행진의 규모를 제한한 법원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금일(2023. 9. 8.) 서울행정법원(제4행정부, 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은 ‘일본 방사선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제기한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신청에 관해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공동행동은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 반대를 위해 9. 2.부터 9. 23.까지 4주간 토요일마다 시청광장에서 삼각지역을 거쳐 이촌역까지 행진신고를 하였으나, 서울특별시경찰청은 “삼각지역 교차로 일대에 먼저 신고된 신자유연대의 집회와 상호간 방해 및 마찰이 우려되고 교통소통에 장애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남영삼거리 이하 행진구간 약 2km를 부분금지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서울경찰청이 부분금지한 한강대로 구간이 주요도로로서 선신고 집회와 이 사건 행진이 모두 개최될 경우 상당한 교통불편이 야기될 수는 있으나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므로 다소간의 불편을 수인할 필요가 있고, 교통소통을 이유로 이후 행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집회 자유의 제한이라고 보면서, 남영삼거리 이하 구간의 금지처분을 효력 정지하였다. 이는 집회의 자유의 의의와 그 내용으로서 장소선택의 자유를 재확인한 의의가 있고, 삼각지역을 포위하는 선신고 집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차도로 통과하는 행진을 허용해야 한다고 최초로 인정한 의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위 효력 정지의 조건으로서, 선신고 집회가 개최되는 구간을 통과할 때 참석인원을 질서유지인 포함 1천명으로 제한하였고, 1천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남영삼거리에서 해산하여야 하며, 해산한 인원은 선신고 집회 개최 구간을 통과한 이후에도 다시 합류하여서는 안 된다고 결정하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하지 아니할 수 없다.

 

1) 공동행동이 신고한 집회 및 행진 인원은 각 8천명으로, 작금의 여론과 사안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선신고 집회 사이를 통과하는 행진의 규모를 1천명으로 제한한 것은 신고 인원 대비 1/8에 불과하여 지나치게 인원이 축소된 것이고, 그와 같이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를 도저히 찾기 어렵다. 아무리 선신고 집회가 신고된 규모가 크고 쌍방 마찰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행진 인원을 기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에 다름아니다.

2) 집회ㆍ시위의 참석 인원을 특정한 숫자로 제한하는 것은 현장에서 집회를 보호하는 경찰공무원에게 현장 차단의 명분은 물론이고 집시법 위반 및 해산명령의 좋은 핑계로 악용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지난 8. 12. 범국민대회에서 경찰은 안국동 사거리는 2천명까지만 통과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예고 없이 행진을 가로막고 나머지 인원은 즉시 해산하라며 강제 해산을 시도하였다. 현장에서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너무나 쉽지만 그 부당성을 사후적으로 다투고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법원은 양지하여야 한다.

3) 선신고 집회의 장소는 남영삼거리 아래 청룡빌딩 앞부터 신용산역 1번출구까지이다. 법원은 위 구간을 통과하더라도 앞서 해산했던 나머지 7천명이 재합류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선신고 집회와의 마찰이나 교통 소통 장애의 우려가 더이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 적어도 신용산역 이후 구간부터는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제한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집회의 자유는 머릿수로 제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의 역할은 집회 현장에서의 충돌을 방지하고 범죄를 제지하는 것이지 후순위 집회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선점성 집회 보호는 조직폭력배가 식당을 점거하고 있으면 손님들에게 얻어맞을 수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아니다. 법원은 후순위 집회라도 인원수를 제한하지 아니하고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오히려 경찰에게 집회 간 조정 등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끝)

 

 

2023년 9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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