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공동논평]코로나19 관련 교정시설 실외운동·종교행사 제한 사건 국가인권위 기각 결정에 대한 논평
[공동논평]
코로나19 관련 교정시설 실외운동·종교행사 제한 사건 국가인권위 기각 결정에 대한 논평
- 7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에게 “향후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 완화 시 토요일 일반접견 및 실외 운동이 재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4월 20일자 의견표명 결정문을 공개했다.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이번 의견표명을 계기로 코로나19를 이유로 중단된 토요일 일반접견 및 실외 운동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우리는 국가인권위가 이번 의견표명의 계기가 된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
- 진정 사건의 피해자 김호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2022년 1월 25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었다. 당시 서울구치소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신입 수용자를 일정 기간 격리수용함에 따라 피해자도 입소 후 곧바로 독거수용 되었다. 피해자는 격리수용 중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2월 14일 신입자 격리가 해제된 후 독거실에 수용되었다. 피해자는 격리수용 기간 및 해제 후 실외운동을 금지 또는 제한 당했고 종교행사 참석도 금지 당했다. 3월 17일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이 피해자의 건강권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 이번 의견표명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급증했고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외운동 금지 조치가 부득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같은 독거수용자의 실외운동은 혼거수용자들이 사용하는 공용 운동장이 아니라 1인용 운동장에서 시행된다.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과 2미터 이내에서 밀접 접촉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독거수용자가 혼자 실외운동을 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국가인권위는 감염병 위기 국면에서는 수용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해 실외운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야 했다.
- 교정시설은 도주의 방지와 형의 집행이라는 구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인 시설에 비해 폐쇄적으로 건축되므로 채광과 환기 등 수용환경이 열악한 형편이다. 또한 과밀수용이 일반화되어 있어 수용거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좁은 상황이다. 따라서 수용자에게 실외운동은 유일하게 햇빛을 접할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로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다. 특히 미결수용자의 경우 작업이 부과되지 않으므로 접견 등 일시적으로 수용거실 외부로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용기간 내내 수용거실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의 실외운동은 작업이 부과된 수형자에 비해 폭넓게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실외운동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하여 최소한의 기본적 요청”이라며 “가장 중한 징벌인 금치 처분을 받은 수형자라고 하여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건강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수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비인도적인 징벌이라 아니할 수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4. 12. 16. 선고 2002헌마478 결정).
- 미결수용자인 피해자에 대해 실외운동을 금지·제한한 조치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 미결수용자들은 구금으로 인해 긴장, 불안, 초조감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고 위축되며,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해치기 쉽고, 자칫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의 영향으로 형사절차에서 보장되어야 할 적정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거나 나아가 기본적 인권이 유린되기 쉽다(헌법재판소 2001. 7. 19. 선고 2000헌마546 결정). 이러한 구금 자체의 폐단을 최소화하고 필요 이상으로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결수용자의 형사절차상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구속 피고인이 불구속 피고인에 비해 방어권 행사에 불리한 환경에 처해져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형사재판 등 형사절차는 원칙적으로 중단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실외운동 금지·제한 조치가 계속되었던 점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해야 했다.
- 국가인권위는 종교행사 중단에 대해서도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3월경부터 모든 교정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중단했다. 2021년 11월경 ‘단계적 일상회복’(이른바 ‘위드 코로나’) 조치로 종교행사가 일시 재개되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2년 2월 위 조치가 중단되면서 서울구치소 내 종교행사는 진정 당시까지 중단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는 “1인 1회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실외운동과 달리 종교행사는 소장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종교행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실외공간 또는 환기가 용이한 실내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교정시설에 출입하는 외부 종교단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고도의 방역조치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 그러나 장소 면적 대비 참석 인원을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조정하면 종교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진정 직전인 2021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계와 논의하여 마련한 종교시설 방역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규 종교활동 시 좌석이 없는 종교시설은 2m(최소 1m)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허가면적 4㎡ 당 1인으로 산정하여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실내 취식 또는 큰소리로 함께 기도·암송하는 행위(예, 통성기도 등)는 금지한 바 있다. 교정시설 내 종교행사를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참석 인원을 조정하고 환기가 용이한 공간 또는 운동장 등 실외에서 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한적으로라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줄이면서도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른 수단을 강구했다면 수용자의 건강권과 종교의 자유 양자를 균형 있게 보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헌법재판소는 구치소 내에서 실시하는 종교행사 등에의 참석을 금지당한 미결수용자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종교는 구속된 자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수용자의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는바, 갑자기 사회와 격리되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축되어 있는 미결수용자에게 종교행사 등에의 참석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오히려 자살 등과 같은 교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라며 위헌 확인 결정을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9헌마527 결정). 종교행사를 위해 외부 종교단체 구성원이 시설을 방문하게 되면 코로나19의 유입 우려가 전혀 없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교정시설은 ‘코호트 격리’가 아닌 이상 교도관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수용자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고 있었다. 국가인권위는 외부 종교단체 구성원들도 교도관들에게 적용되는 수준의 방역 수칙을 지킨다면 교정시설 출입과 종교행사 실시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야 했다.
-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고 확진자의 격리 의무도 권고로 전환되는 등 방역 조치가 완화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재유행이나 다른 감염병의 발생으로 인해 법무부가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을 손쉽게 제한하는 상황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실외운동이나 종교행사 등 수용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고려해야 한다. 권리의 제한은 방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역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국가인권위의 이번 기각 결정은 법무부의 행정편의주의적 태도에 면죄부를 준 고약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2023년 7월 1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