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정부의 장시간·집중 노동 법안, 재검토가 아니라 철회가 답이다!
[성명]
정부의 장시간·집중 노동 법안, 재검토가 아니라 철회가 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6일 입법예고한 노동시간 법안과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노동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주 69시간 동안 일하고 싶지 않다. 장기휴가를 쓸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다시 또 근무→야근→기절→병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 쏟아지는 업무에 주어진 연차휴가도 못 쓰는 현실에서 주 69시간 일하고 연장노동을 저축해 휴가로 쓰라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최근 한 빌딩 관리업체 소속 경비노동자는 나흘 동안 약 62시간(8시간+24시간+24시간+6시간)을 일한 뒤 쓰러져 세상을 등졌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의 이번 노동시간 개편방안의 핵심은 사용자가 노동자들을 더 장시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제도의 지향점이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에겐 선택, 노동자에겐 사실상 강요일 뿐이다. 또 이번 법안이 관철될 경우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은 더 후퇴할 것이 명확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기만이다. 정부가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쏟아지는 비판의 초점 또한 여기에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16시간보다 무려 200시간이나 더 길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주 69시간 동안 기절 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벨기에 등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 4일제와 같은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의 이번 노동시간 개편방안은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은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입법예고한 법안은 더 이상 고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MZ세대 몇 명 만나고, 토론회 몇 번 더 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 전 신속한 철회만이 답이다. 노동자들은 기절 근무가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 우리 위원회는 정부에 장시간·집중 노동 법안의 재검토가 아닌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2023. 3. 15.(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