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성명]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운 초록나무 故 임보라 목사님, 당신을 추모하며 우리 모두가 서로의 ‘섬돌’이 되겠습니다

2023-03-13 61

 

[추모성명]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운 초록나무 故 임보라 목사님,

당신을 추모하며 우리 모두가 서로의 ‘섬돌’이 되겠습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습니다’. 2018년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을 맞이해 닷페이스와 함께 ‘우리, 서로의 기도가 되다: 나를 위한 기도회’를 열면서 당신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든 기도문 내용 중 한 구절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진행된 추모문화제에서 우리 곁에 늘 함께했던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모였습니다.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당신을 기억하며 웃고, 울고, 마음아파하며 당신을 추모했습니다.

 

‘임보라’라고 하는 사람은 참 독특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더 드러내고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교회에서 환대와 존중을 받지 못해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교인으로 받아주셨고,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싸웠습니다. 을지 OB베어와 궁중족발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날 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과 반려동물들을 위한 축복식도 고민했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무지개교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삶의 궤적 그 자체는 참 소중했습니다. 어느 문장과 단어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은 참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연대와 사랑의 힘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계신 곳에서는 평안의 안식을 누리며 조금 쉬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이 걸어가셨던 그 길을, 초록나무와 함께한 우리들이 이제 함께 씩씩하게 걸어가려고 합니다.

 

섬돌은 별스럽지 않은 평범하고 소박한 돌을 말한다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돌이지만 간단한 손질을 거쳐 초가집의 마당과 마루 사이에 놓이면 중요하게 사용되는 ‘섬돌’.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고 목사님이 섬긴 섬돌향린교회를 생각하며, 우리가 이제 서로의 섬돌이 되려고 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섬돌들이 소외받고 어려움 당하는 사람들과 세상들을 품어나갈 것입니다.

 

임보라 목사님, 당신이 계신 그 곳에서는 당신이 사랑했던 평화와 사랑으로 쉼을 누리는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길 소망합니다.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섬돌이 되어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2023.  3.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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