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자증거에 관한 압수·수색 실무 개선을 위한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 규칙안 입법예고를 환영한다 2023-02-22 79 법원행정처는 2023. 2. 3. 법원행정처공고 제2023-37호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관련 임의적 법관 대면심리수단 도입(안 제 58조의2 신설) ▲피의자 등의 압수·수색영장 집행 참여 시 의견진술권 등 참여권 강화(안 제60조, 제62조, 제110조) ▲압수·수색대상으로 정보의 명문화(안 제60조제5항 신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의 기재사항에 집행계획 추가(안 제107조제1항제2호의2 신설) 등이다. 우리 모임은 정보화기술의 발전 속도에 부응하여 수사 과정에서의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번 개정안의 개정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기실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관하여는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2021년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91.3%에 달하고,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한해 10만8,992건이었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22년 39만6671건으로 3.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형사사건 수는 2011년 170만2,897건에서 2021년 148만3,102건으로 13% 감소하고, 구속영장 청구 건수도 3만7948건에서 2만2589건으로 40% 감소한데 반해 유독 압수·수색영장 청구 수만 폭증한 것이다. 형사절차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다른 어느 절차보다도 심대하게 제약하는 것이고, 이에 우리 헌법 제12조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아울러, 강제수사는 범죄수사 목적을 위하여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또한 범죄수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이루어져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서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산발적인 압수·수색, 나아가 압수·수색 개시 사실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피의자 내지 피고인(이하 ‘피의자 등’)의 방어권을 형해화하는 모습이 누차 반복됐다. 최첨단 정보통신시대에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담긴 휴대폰, 컴퓨터 등의 전자정보가 가지는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점에서 전자정보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별압수의 원칙을 준수하고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취지를 담은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는 큰 의의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수사의 밀행성 및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법원이 스스로의 권한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할 권한을 수사의 당사자가 아닌, 인적ㆍ물적 독립을 보장받는 제3자인 법관에게 유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헌법상 영장주의의 본질이다. 법치국가의 사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수사절차에서의 사법통제가 반드시 필요한 점, 대면심리 수단 도입으로 피의자나 피압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은 법원의 적정한 사법통제의 일환으로 봄이 바람직하다. 또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시 임의적 심문 절차 도입의 경우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2021. 10. 13. 사법행정자문회의 제16차 회의에서 제출된 회의자료 “전자증거에 관한 압수·수색 실무 개선방안”에서, 대면 심리 도입의 효과로 ‘탐색적 수색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 기대’를 적시하고 있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이번 개정안에 종래의 높은 압수·수색영장 발부율과 수사기관의 모색적·망라적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의 통제 필요성이 반영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울러, 위 개선방안에 의하면, 당해 규정의 신설은 “압수·수색의 필요성, 대상의 특정 등 실질적 요건 구비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는 때에도 비공식적으로 담당 법관이 수사검사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견 교환을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실질적으로 제보자 등을 직접 대면하여 심문하는 등의 절차가 법령상 규정되어 있지 않”은데 따른 것이었다. 요컨대, 영장전담법관이 수사의 당사자인 검찰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는 점, ② 증거 존재의 개연성, ③ 압수의 필요성 등에 대해 판단하는 관행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는 압수에 의해 피압수자가 받을 불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관행이자, 피의자 등의 방어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실무상 관행을 개선하고, 적정한 절차 내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위 개선방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 연방형사소송규칙 제41조(d)(2), 캘리포니아 주 형사법 §1526 등 미국에서도 압수·수색영장 발부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가 허용되고 있고, 뉴욕 주 형사소송법(NY CPL) §690.40 의 경우 이번 개정안과 유사하게 법원이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해 규정이 특별히 수사기관의 권한을 위축시키는 이례적인 방식도 아닌 것이다. 오히려 법관으로 하여금 실질적 대면 심리를 통하여 영장발부 필요성을 보다 상세히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끝으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 못지 않게 강조되어야 할 것은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이다. 수사의 밀행성 확보는 필요하지만, 적법절차원칙을 통하여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피의자 등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는, 피의자 등에게 적절한 고지와 참여권 보장, 실질적인 의견진술의 기회 등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 압수물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여 영장 집행절차의 적법성·적정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수사기관이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 기간 등을 선별하여 집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와 관련 규정, 그 입법 취지 등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한 바람직한 개선 방향이다.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를 두고 규문주의로의 회귀가 우려된다는 수사기관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대법원이 1997년 1월 구속영장실질심사의 전문화, 엄격화를 기치로 대면심리를 의무화하였을 때도 수사기관의 반발은 극심했고, 2006년 7월 수도권 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의 간담회에서 검찰의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논의 후 이어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 강화 방침에 대하여도 법원의 사법적 통제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법원에 접수되는 형사사건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고, 구속영장 청구율도 꾸준히 낮아져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의 원칙이 구현되어 가고 있다. 이는 법관이 중립적인 제3자의 지위에서 적절한 사법통제를 위한 노력을 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압수된 디지털정보의 삭제·폐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당사자가 입는 치명적인 법익침해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제대로 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6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압수수색 영장은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제약하는 마지막 수단인만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이러한 원칙은 현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모임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들로서, 압수·수색 실무 개선을 위한 이번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을 환영하며,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수사과정에서의 부당한 관행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를 촉구한다. 2023. 2. 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첨부파일 M20230222_논평_전자증거에 관한 압수·수색 실무 개선을 위한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 규칙안 입법예고를 환영한다.pdf 보도자료 썸네일 (2).png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