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인정한, 역사적인 첫 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을 인정한, 역사적인 첫 판결을 환영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은 2023. 2. 7. 대한민국 군인이 베트남 전쟁 중에 민간인을 학살한 퐁니 사건에 관해 대한민국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퐁니 사건의 피해자인 원고는,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1968. 2. 12.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에서 ‘괴룡1호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의 집으로 들어와 방공호에 대피해 있던 원고와 원고 가족들을 총과 수류탄으로 위협하여 밖으로 나오도록 한 후 원고의 가족들을 살해하고 당시 8세였던 원고에게도 총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대한민국은 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대한민국 군인으로 ‘베트콩’이였다 거나, 전투 중의 정당행위였다 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였다.
재판부는 해병 제2여단 소속 군인들이 작전 중에 원고 가족들을 살해하거나 원고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인정하면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또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도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베트남 전쟁이 종료된 1975년으로부터 약 48년이 경과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대한민국 법원이 민간인학살을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 판결이 최초이다. 이 판결은 가해자의 국적이나 피해자의 국적이 어느 나라인지와 상관없이, 전쟁 중에 무장한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인권과 정의를 확인해준 판결이다. 다만 퐁니 사건은 최소 80여개로 추정되는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들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향후 이번 판결이 마중물이 되어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의 진실이 포괄적으로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회에서는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여야 할 것이다.
2023년 2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