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명박, 국정농단세력의 전격 사면은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자 법치 훼손이다.
윤 대통령은 결국 이명박을 사면했다.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지 불과 2년 만이다. 올해 6월부터 형집행정지 중인 이명박은 교도소 ‘밖에서’ 잔여형기 14년6개월과 미납벌금 82억 원을 모두 면제받았다. 이명박은 임기 전에는 실소유 회사 비자금을 횡령하고 임기 중에는 국정원과 기업들, 개인으로부터 두루 알뜰히 뇌물을 받아 챙겼다. 대통령의 권한을 악용해 자기 잇속을 챙긴 파렴치 행위이자 공무원의 중범죄 중에서도 중범죄다. 그럼에도 끝까지 죄를 부인했고 형 확정 후에는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했다. 사법부는 죄인의 강한 자기합리화에 굴하지 않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대통령이든 누구든 죄지은 사람은 처벌받는다는 가장 단순한 명제를 판결로 실현했다. 사법부가 오랜 시간 재판으로 어렵게 실현한 법치주의를, ‘법과 원칙대로’를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단숨에 무력화했다.
이명박 사면이야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밝힌 입장이라 해도, 함께 사면된 대다수 인사들의 면면은 국민통합이라는 사면 목적이 허울뿐임을 명백히 드러낸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권 시기 국정원, 기무사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광범위한 여론조작과 불법사찰을 일삼았던 세력들, 국정농단으로 공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기를 문란케 하는 데 앞장서거나 사익을 추구한 세력들까지 무더기로 사면·복권했다. 원세훈, 최경환, 이병호, 이헌수, 민병환, 배득식, 이채필, 서천호, 최윤수, 남재준, 이병기, 김기춘, 박준우, 조윤선, 우병우, 김진모, 조원동, 신동철,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오도성, 장석명, 정관주, 이종명, 민병주, 유성옥, 연제욱, 옥도경, 그리고 장호중, 이제영 전 검사들까지, 일일이 그 이름과 죄를 열거하기도 힘든 이들을 모두 사면·복권했다. 이들은 “잘못된 관행을 따른 것”이라는 얄팍한 표현으로 가릴 수 없는 다수의 고의적 불법을 자행했고,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 범위를 일탈하여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데 일조했다. 헌정질서 파괴범들의 죄를 사하여 주는 것이 국민통합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실상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정농단 보수세력의 족쇄를 풀려는 진영논리에 불과한 사면권의 사적 남용이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유죄가 확정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를 사면한 것도 노골적인 우리 편 챙기기, 제식구 감싸기이다. 어느 누가 이런 사면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사면권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행정부가 소멸시키는 엄중한 권한인 만큼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구체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구체적이고 타당한 이유 없이 형해화하는 사면권 남용은 삼권분립 위반이고 민주주의 훼손이다. 사면 때마다 법치주의 훼손과 사법의 무력감을 느끼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법률로써 대통령의 제왕적 사면권 남용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윤대통령의 공사 구분 없는 마이웨이식 독단이 이번 사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초지일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국민을 신경 쓰지 않는 대표자는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2022. 12. 28.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조영선
[논평] 이명박, 국정농단세력의 전격 사면은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이자 법치 훼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