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감사원을 어찌 할 것인가?

2022-11-04 167

[회원 기고] 감사원을 어찌 할 것인가?

– 송병춘 회원

傍若無人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감사원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하여 태연히 표적감사를 시행하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흠결이 있다고 볼만한 행정 정보를 탈탈 털어서 검찰에 제공하고 있다. 감사 개시의 요건인 감사위원회의 의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러한 감사를 ‘상시 공직기강감찰’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하였다는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의 전형이 아닌가 한다. 자신이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임을 망각하였거나, 오로지 승진과 입신출세만을 위해 직무상 독립성을 견지할 의무를 내팽개친 것이다. 이런 부류의 공무원을 우리는 영혼을 팔아버린 공무원이라고 비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등 공공감사기구를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보좌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최재해만의 한계가 아니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정권이 바뀌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무엇보다도 제도적 흠결이 크기 때문인데, 헌법과 감사원법은 공공감사의 기능이 무엇인지, 감사원의 인사, 조직, 예산의 독립성이 왜 존중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감사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며, 국민을 대신하여 직무감찰을 수행한다.

공무를 수탁받은 공무원은 민법상 수임인의 선관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 즉, 민법 제681조(수임인의 선관의무)와 같이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임관계의 성질상(*전문적 지식·경험을 활용하여 수탁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 고용관계처럼 사용자가 업무처리를 일일이 지시·감독하지 않음 ⇒ 정보의 비대칭성), 수임인은 수탁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해태한다든가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등 위임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므로 민법 제683조(수임인의 보고의무)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전말을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수임인의 의무(=책임)는 responsibility(위임의 본지에 따라 위임사무를 성실하게 처리할 의무) + accountability(위임사무의 처리 상황을 보고·설명할 의무)로 구성되는데, responsibility는 accountability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이다. 또한 감사(audit)란, 위임인이 수임인으로부터 위임사무의 처리 상황을 청취하는 것이며, 위임인은 당연히 그 보고 내용의 진위를 조사, 확인, 검증할 수 있다.

감사원법에는 공공감사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는데, 공공감사란, 공무 수탁자의 보고·설명 의무를 전제로 하며, 국민을 대신하여 그 보고·설명한 내용의 진위를 조사·확인, 검증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러므로 감사원은 현행 헌법상 대통령에게 소속되어 있지만, 직무에 관하여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가진다. 「감사원법」이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용,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감사원이 국민을 대신하여 ‘독립적으로’ 중앙행정기관등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불순한 목적으로 특정 기관이나 특정 사안을 대상으로 삼는 표적감사, 모든 행정 정보를 털어내면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을 겁박하는 갑질감사는,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고, 특히 감사원에 공공감사 기능이 집중되어 감사원 관료들의 권한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첫째, 감사원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이고 대통령으로부터 직무상 독립된 기관임에도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에서 국회의 관여가 차단되어 있다. 심지어 감사 결과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에게만 보고하도록 되어 있을 뿐, 국회에 보고할 의무는 없다. 감사원장, 감사위원, 사무총장, 대통령 비서실 등의 정무직으로 승진하려는 감사원 관료들이 권력자에게 줄을 서게 되고 하위직까지 다시 그 밑에 줄을 서는 현상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감사원은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의 모든 직무를 감찰할 수 있으며, 국무총리로부터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군기밀이거나 작전상 지장이 있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만 감찰할 수 없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감사는 감사원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자체감사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각기 자체감사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모든 중앙행정기관등에 대하여 기관운영감사(사업관리, 인사·조직관리, 재무·회계 등을 백화점식으로 감찰하는 종합감사), ‘상시 공직기강감사’(=불시 복무감사)를 시행하고 있다, 기관운영감사, 공직기강감사는 소위 ‘표적감사’, ‘갑질감사’로 악용되기 쉽고, 감사원 내부의 잦은 순환보직으로 인하여 사실상 감사의 전문성과 책임성도 담보되기 어렵다.

 

셋째, 감사원에 과도하게 집중된 감사 기능과 권한은 자체감사기구의 취약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자체감사기구는 인사, 조직, 예산상의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각 기관의 주요 정책 사업을 독립하여 감사하기 어려우며, 예컨대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근무시간 중 사적 업무 처리, 기관운영경비·업무추진비 유용, 거래처·민원인과의 유착관계 등 해당 관료조직의 관행을 거스르기 어렵다.

이러한 자체감사기구의 취약성은 감사기구의 장이 개방형 직위로 되어 있을 뿐, 해당 기관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거나, 고위공무원 직급의 감사기구의 장 대부분을 감사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체감사기구 소속 감사담당자들이 감사대상 기관 내에서 순환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바, 인사, 조직 등에 있어서 그 독립성이 존중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상 독립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감사원법, 공공감사에관한법률 등을 개정해야 한다.

감사원은 1963년 헌법에 따라 회계검사를 담당하는 심계원과 직무감찰을 담당하던 감찰위원회를 통합하여 출범하였는바, 회계검사 기능과 감찰 기능은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도록 분리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 없이도 감사원법과 공공감사에관한법률, 지방자치법 등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사원과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예와 같이 감사위원 추천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마치 정당과 의회의 관여를 배제하는 정치적 독립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타 행정기관과 마찬가지로 감사원 역시 국민의 대표기관(대통령과 의회)에 의하여 구성되는 것은 당연하며,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회 내 각 정당이 공동으로 감사위원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법원조직법」은 당연직 추천위원을 열거하고 있는바,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국회를 배제한다든가 관료조직의 몫을 할당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감사위원 추천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전 정부에서처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해 현 감사원장이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한 사건도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을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감사, 중앙행정기관 등에 대한 보충적 감사로 한정하여야 한다. 그럴 경우, 감사 개시 요건으로서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명시하고, 반드시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여야 한다.

예컨대 법무부 감찰규정 제5조에서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조사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는 검찰의 자체 감찰 후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하도록 규정한 예에 따라 감사원법 제24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자체감사기구의 장을 ‘정무직’으로 보하고(*직급은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음) 각기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 내지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공공기관 자체감사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에도 같은 방식으로 독립된 감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감사기구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감사기구가 감사대상 기관으로부터 조직상으로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즉, 감사담당자의 순환보직 금지, 감사기구의 장에게 감사담당자에 대한 인사권 부여 등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하고, 특별감찰관이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1명의 특별감찰관보와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별감찰관법」 (2014. 6. 19. 시행)의 예에 따라 최소한 감사원,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부터라도 자체감사기구의 조직, 인사, 예산 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공공감사에관한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 주요 기관의 감찰관을 임명하고, 뉴욕주 감사관은 정당 공천으로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있는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31조(감사위원회의 설치 및 직무 등)의 예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감사기구의 장을 임명하도록 한다든가, 감사기구의 조직, 인사, 예산 상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관료출신을 정무직으로 중용해서는 안 된다.

방론에 해당할 수 있지만, 관료 출신을 곧바로 정무직으로 승진 임용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의 가장 강력한 생존본능은 승진본능이며, 관료들은 승진에 목숨을 건다. 그러므로 관료들이 고위직에 중용될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승진을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내팽개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비서실(민정수석, 공직기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및 감사원 정무직(감사원장, 감사위원, 사무총장)에 감사원 관료 출신을 승진 임명한 것은 감사원 관료들과 정치권력의 야합을 조장한 것이다. 민주당이 감사원으로부터 거의 정치보복 수준의 공격을 받는 것도 자업자득이라고 할 것이다. 정당은 선거 때만이 아니라 상시에도 공공감사 전문가를 양성하여 집권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