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반대한다

2022-10-25 102

 

[성명]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반대한다

 

1.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2. 10. 6.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10. 7. 에는 주호영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 법률안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여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선거용 정치적 수사로만 보아도 문제적이었던 성평등에 대한 퇴행 시도가 여성의 삶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현실화되었다.

 

2. 우리 모임은 여성가족부 폐지안에 강력히 반대한다. 성평등 전담부처를 비롯한 성평등 추진체계는 축소가 아니라 강화되어야 한다. 

 

3.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코로나 판데믹 이후 심화되는 불평등, 성차별, 폭력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적인 공약으로 내세우고 성차별을 선동하고 적극 활용했다. 당선 직후 설립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성정책전문가는 배제되었으며 4. 10.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김현숙 당선자 정책특보가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로 지명되었으며 각계의 반대와 난항의 인사청문회에도 불구하고 5. 17.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폐지를 위한 행보와 성정책 퇴행을 암시하는 모든 시기마다 국내외적인 우려는 이어졌지만 결국 폐지를 실행하는 법안의 발의까지 이어진 것이다.

 

4. 소위 ‘경제적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이지만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있어서는 그렇게 선도적이지 못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으며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여성은 제대로 대표되지 못한다. 불법촬영과 유포는 제대로 대응되지 못하고 계속 확산되어가는 일상 속의 위협이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WEF)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적 기회 △교육 수준 △건강과 생존 △정치적 기회 분야 대표성을 조사하는 이 지수에서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다. 지난 9. 14. 한 여성 역무원은 3년간 자신을 스토킹하던 전 동료에 의해 일터인 지하철 신당역에서 살해당했다. 이 모든 사건은 한국 여성 인권의 의미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하며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추진체계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증거다.

 

5. 1995년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북경행동강령’은 12개 중점 영역 중 하나로서 “여성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National Machineries for the Advancement of Women)” 혹은 “국가여성기구(National Women Machineries)”를 들고 있으며, 최소한 역할을 하기 위한 기준으로 이 기구를 △각료급 책임으로 두면서 가능한 정부최고위 차원에 위치할 것 △예산과 전문적 능력의 관점에서 충분한 자원을 둘 것 △정부의 모든 정책개발에 영향을 줄 권한과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들고 있다. 그에 따라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194개국에 성평등 전담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160개국에는 독립부처 형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많은 국가에서 별도의 성평등 전담기구를 둔 이유는 모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부처 형태의 성평등 전담기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6. 76년 전 1946년 한국의 첫 근대적 여성기구로서 보건후생부 부녀국이 설치된 이후 2001년에야 독립부처인 여성부가 설립되었다.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새 정부의 성향에 따라 자주 정치적 표적이 되었다. 그러나 예산, 인력, 권한 면에서 북경행동강령이 말하는 기준에 현저히 못 미친다. 2021. 12.  기준으로 여성가족부 소속 공무원은 270명, 예산은 전체 정부예산의 0. 18%에 불과하였다. 한국에 필요한 보다 나은 성평등 추진체계는 독립된 부처로서 정책 실행 과정에서 각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여 각 부처를 전달체계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야 할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렇게 충분한 예산, 인력, 권한의 확보와 강화를 꾀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는 또 정치적 희생양이 될 위험에 처하였다. 

 

7. 하지만 성평등의 퇴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와 연대는 뜨거웠다. 4. 3. 116개 국제단체는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10. 14.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가족부의 업무를 쪼개어 각 부처로 이관할 경우, 독립부처 형태로도 수월하지 않았던 성평등 정책 조정 및 총괄 기능은 약화되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구심점을 잃어 표류하게 될 것이며, 각 부처의 고유 업무에 후순위로 밀리는 등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다양한 인권적 과제들을 성평등 관점에서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집행력을 갖춘 성평등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발표했고, 10. 15.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에서 180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를 비롯한 2,000여명의 시민들이 서울 종각역에 모여 절대 퇴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외쳤다. 

 

8.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은 때로는 열악하기까지 했던 한국의 성평등 추진체계를 더욱 약화시키며 결국 와해시킬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이 위협받는 시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여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모임은 성평등의 퇴행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와 연대하여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저지할 것이다. 

 

  •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한다
  • 성평등 전담부처를 비롯한 성평등 추진체계는 강화되어야 한다
  • 국회는 정부의 성평등 정책 퇴행 시도를 저지하여야 한다

 

 

2022. 10.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 영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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