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스포츠위][성명]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블랙리스트 사태를 재현하는 문체부의 퇴행적인 조치를 규탄한다

2022-10-11 71

[성명]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블랙리스트 사태를 재현하는 문체부의 퇴행적인 조치를 규탄한다

1.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2. 10. 4. 이례적으로 두 편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개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하여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엄중 경고 및 승인 취소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위 공모전에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한 <윤석열차>라는 청소년 작가의 작품이 금상을 수상하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교할 성격이 아니다”,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2. 문체부가 운영하였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서는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집권세력이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법・제도・정책・프로그램・행정 등의 공적(公的) 또는 강요・회유 등의 비공식적 수단을 동원하여,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들을 사찰・감시・검열・배제・통제・차별하는 등 권력을 오・남용함으로써 민주주의 원리를 파괴하고, 예술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국가범죄이자 위헌적이고 위법, 부당한 행위이다.” –

 

이에 비추어 본다면, 위와 같은 문체부의 입장 표명은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단체를 일방적으로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차별)코자 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우리 법원은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를 실행하였던 관료들에 대한 형사 재판을 통해 “정부가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반대한다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이유, 특정 이념적·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또는 정부에 반대한다거나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예술작품 또는 창작물을 창작, 전시, 상연, 상영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개인이나 단체, 예술작품 또는 창작물 등을 일방적으로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 및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지원 여부에 차등을 두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이러한 헌법상 원리들을 구체화한 문화기본법의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서울고등법원 2018. 1. 23. 선고 2017노2425, 2017노2424(병합) 판결 등 참조].

 

문체부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주요 기관이었다. 가까운 역사에 대해서도 일말의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블랙리스트를 반지성적 견지로 반복하는 문체부의 위와 같은 입장 표명은 지배권력에 대한 풍자 등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큰바, 이미 중대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3.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은 2022. 9. 25.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 법에 의하면, 국가기관은 예술지원기관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예술지원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고(제5조 제6항), 공무원, 예술지원기관 또는 예술교육기관에 소속된 자는 불이익의 위협 등을 행사하여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의 예술 활동이나 예술 활동의 성과를 전파하는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며(제7조 제2항), 국가기관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특정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를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제8조 제2항). 위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예술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문체부는 예술지원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예술단체에 대하여 불이익의 위협을 행사하여 그들의 예술 활동을 방해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특정 예술단체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가장 먼저 위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였다. 문체부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스스로의 법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데 대하여 엄중히 반성해야 한다.

 

4. 이에 더하여, <윤석열차>의 작가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거나 “학생의 의견에 별다른 함의를 둘 수 없다”는 식의 권위적이고 차별적 태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윤석열차> 작가는 온전한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의 예술적·정치적 표현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국가기관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이를 훼손할 수 없다.

 

2022년 10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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