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 발족 기념 세미나 후기
김소리 회원
환경보건위원회에 동물권소위원회가 만들어진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 관련 활동을 하고 싶어하고 있던 터라 소위원회 발족 소식을 듣고 흔쾌히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소위원회 발족을 기념하며 민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동물권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발제는 소위원장으로 추대되신 김도희 변호사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김도희 변호사님은 이미 민변 밖에서 여러 동물권운동단체들과 연대하여 동물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계셨기에 더욱 기대하는 마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종과 종이 만날 때>라는 제목의 발제였는데, 동물에 대한 담론들(여러 사상가들의 동물에 대한 견해), 국내 동물 관련 법과 동물의 법적 지위 및 외국의 사례, 마지막으로 국내외 동물 관련 재판 사례 등 동물권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꽉 채워 담아주셨습니다.
저는 동물에 대한 담론과 관련한 사상가로는 현대 철학자 벤담과 피터 싱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기원전부터 저명한 사상가들이 동물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은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분된다며, 말할 수 없는 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봉사하도록 태어났다고 했다고 합니다. 반면 같은 기원전 학자인 피타고라스의 경우 어느 채식 식당에서 채식인이었다는 점을 설명해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동물도 인류와 마찬가지로 살 권리가 있고, 채식주의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데카르트, 칸트, 볼테르 등 여러 철학자들의 동물에 대한 견해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동물법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은 법적으로 아직 물건에 불과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도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법령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창조물이라고 천명하고 있고, 기본법에서 국가에게 동물보호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합니다. 독일 외에도 증남미 국가에서는 동물에게 상당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동물과 관련 법률 중 대표적인 법률은 역시 동물보호법인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경우 식용이라면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서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고 산 채로 입에 물기, 죽은 산천어 사체들을 널부러뜨려놓기 등 행위가 동물학대라고 판단해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와 ’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들‘은 화천군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산천어가 식용이라는 이유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는다고 하여 각하처분을 했다고 합니다. 식용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대부분의 동물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먹기만 하면 다 식용이 되는 것인지, 식용이냐 아니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앞서 산천어 소송을 비롯하여 동물권 옹호와 관련된 여러 재판 사례들을 발표해주셨습니다. 국내에서는 돌고래쇼를 하는 수족관을 고발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고래는 하루 1,600km씩 대양에서 헤엄쳐야 하는데, 수 미터밖에 안되는 더러운 수조에 갇혀 있고, 초음파를 쏘는데 벽에 맞고 계속 돌아오니 하로 종일 이명에 시달리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쇼 등에 동원되어 중노동을 합니다. 이에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본래 3~40년인데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절반이 넘는 개체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인도 등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돌고래쇼를 없앴다고 하는데, 이 돌고래 사건에서 검찰은 불기소처분과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고 합니다.
한편, 외국의 다양한 사례도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 억류된 침팬지를 보호구역으로 옮겨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적 있는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침팬지도 비인간인격체로서 일정을 기본권을 가지며, 그 중에는 자유를 누릴 권리, 억류의 고통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영장류기본법> 제정과 관련하여 국민투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아예 생태계가 권리 주체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황거누이강에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 유역은 이후 법인이 되어 마오리족이 임명한 대표자 1명과 정부가 임명한 대리인 1명이 후견인으로서 강의 권익을 대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동물(혹은 자연)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대표적으로 도롱뇽 소송이 떠오르지요). 그러나 이처럼 이미 외국에서는 동물과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도 한 사실에서 이것이 사상적으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동물권과 관련한 폭넓은 내용을 듣고 나니, 동물권 옹호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데 더욱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동물권소위원회에서 활발한 활동이 있기를 바라며,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