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人의 공간] ‘밝은 책방’, 아직도 안 가보셨다구요?

2022-01-26 129

[회원 사무실 방문기 “민변人의 공간” 제1화]

‘밝은 책방’, 아직도 안 가보셨다구요?

-작성: 최지훈

오늘 뵙는 분들은 많은 변호사들이 부러워하는 분들일 수도 있겠네요. 오늘의 주인공은 지난 12월 ‘밝은 책방’이라는 작은 책방을 오픈한 김소리, 류하경 변호사입니다! 두 분의 책방 창업 스토리를 한번 들어 볼까요?

최지훈(이하 ‘최’): 변호사님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릴께요.

김소리(이하 ‘김’): 안녕하세요.저는 ‘밝은 책방’을 운영하는 김소리 변호사입니다. 책방 개업 전에는법무법인에서 송무 업무를 주로 담당했고,박주민 의원실에서 일하기도 했었어요. 민변에서는 민생위, 언론위, 문예스포츠위, 노동위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류하경(이하’ 류’): 10년차 변호사로,현재 노동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사무차장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김소리 변호사님과 밝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법률사무소 물결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최: 두 분 모두 민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민변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김: 저는 민생위에서 임대차 상담활동과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미약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언론위와 문예스포츠위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모임으로 러너스클럽도 열심히 하고 있죠. 특히 문예스포츠위는 저희 책방의 컨셉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 열심히 활동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책방과 코웍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류: 요새 하는 사건 중 주요한 것은 한전에서 발생한 감전 사고로 인해 사망하신 고 김다운님의 민형사사건입니다.

최: 그렇군요.그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주제로 넘어갈께요.‘밝은 책방’을 오픈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김: 저는 8년차 변호사에요.지금까지 주로 법무법인에서 송무업무를 담당했는데, 업무가 상당히 힘들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좀 다른 방식으로 일해볼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저는 연극, 무용을 좋아하고 예술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서 항상 나만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어요. 그래서 변호사라는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사실 요즘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기 보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장으로 진화하고 있잖아요? 책방주인이 변호사라는 특성을 살려서 관련 책들을 소개하고,관련 프로그램과 컨텐츠를 제공하고 싶어요.

최: 그럼 현재 변호사 업무는 병행하시고 계신가요? 아니면 밝은 책방에 올인?

류: 변호사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요. 책방 옆에 보시면 ‘법률사무소 물결’을 위한 공간이 있답니다. 물론 예전처럼 사건을 많이 수임하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들 위주로 하고있어요. 사회적 약자들의 사건들이죠. 이제는 뜻있고, 제 전문성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사건들에 집중하고 싶어요. 벌써 5건이나 수임했답니다(웃음).

최: 그렇군요.제가 알기로도 류하경 변호사님은 사건을 많이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긴 하셨죠. 아무래도 책방일과 송무를 병행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류: 아쉬운 점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변호사일도 더 잘 되더라구요. 뭔가 카페에서 일하는 느낌이어서 심신이 안정된다고 할까… 대학가에 있어서 사고도 확장되고 더 크리에이티브해 지는 느낌이에요. 업무공간 자체가 삶의 질을 높여주다보니, 업무 중에도 워라밸이 충족되고 있다고 할까요?

김: 책방일을 제가 주로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거 아닐까요?ㅎㅎ

최: 역시 동업이 쉽지는 않죠.(웃음) 책방업무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기로 정하셨나요?

류: 김소리 변호사님은 주로 소프트웨어적인 업무를 담당하시죠. 책방 운영시스템 수립, 프로그램 및 행사 기획, 책방 홍보 등을 담당하고, 저는 청소, 쓰레기통 비우기 등 잡일과 외부 영업을 통한 호객행위를 담당합니다.

최: 약간 김소리 변호사님 업무가 더 많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김: 아니에요~서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문화프로그램 만들고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류변호사님은 매우 활동적이고 지인들도 많으시다 보니 홍보활동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류: 앗. 저희 책방의 중요한 멤버를 잊었네요. 저희 강아지 로마입니다!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어요!

밝은 책방 귀여움 담당 로마

 

최: 책방 위치가 봉천동인데 이곳에 오픈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김: 저는 젊은 직장인이 많으면서 1인 가구가 많고 주변에 로스쿨이 있는 장소에 책방을 열고 싶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 헌법 강의 같은 것도 하고 싶거든요. 처음에는 연남동을 생각했었는데, 연남동은 너무 비싸서 5평 남짓한 공간밖에 구할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공간을 원했어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이곳이었죠. ‘샤로수길’ 주변이라 접근성도 좋고, 서울대가 가까이 있어서 학부생들과 로스쿨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서초동 법원도 멀지 않아서 금상첨화죠.

 

최: ‘밝은 책방’이라고 이름을 짓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 처음에는 ‘변호사의 서가’란 이름을 생각했어요. 책방 주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다른 특성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밝은 책방’이라고 짓게 되었죠. 제가 성격이 밝고 긍정적인 편이거든요. ‘밝은 책방’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최: 듣고 보니 책방 오기 전까진 차가 너무 막혀서 기분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김소리 변호사님과 있다 보니 정말 기분 좋아졌어요!

류: 패소하셨을 때 저희 밝은 책방 오시면 됩니다. 쓰기 싫은 항소 이유서 쓰시고 가시면 되요. 2시간에 3천원입니다 ㅎㅎ

최: ‘밝은 책방’만의 남다른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 아무래도 제가 변호사이다 보니 법과 인권에 특화된 책방을 지향해요. 법과 인권 관련 된 일반교양 위주의 책들을 주로 가져옵니다. 책배치도 노동인권, 여성인권, 소수자인권, 동물권, 환경권을 주제로 잡아서 배치를 했어요. 프로그램도 법이나 인권과 관련된 것들로 기획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관련 강연자를 초대해서 관련 강의를 주최하거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문 낭독회를 하는거죠. 그리고 요즘에는 많은 법조인들이 책을 쓰잖아요? 책을 발간한 법조인들을 초빙해서 북토크도 하고 싶어요. 오늘도 민변 회원인 정소연 변호사님 북토크가 있었어요.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이세요.

최: 그렇군요.그럼 민변행사를 여기서 해도 되나요?

류: 어후..너무 좋죠!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김: 특히 책 내신 분은 꼭 연락 주세요. 어떤 민변 행사도 환영입니다! 인스타(@brightbooks_law)로 연락 주셔도 되구요.

 

최: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책방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 책 판매, 공간 대여,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내요. 현재는 아직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작하지는 않아서 책 수익이 더 많지만 이후에는 각종 인문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로 수익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여러 가지 체계를 잡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거든요. 사실 애초에 책방에서 큰 수익을 낼 것을 기대하지는 않아서 조급한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변호사 업무도 하고 있으니까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류: 사실 저희 둘 다 변호사여서 창업에 큰 부담이 있지는 않았어요. 생각보다 투자금도 적더라구요.

최: 그렇다면 책방 운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 네. 있죠. 손님이 별로 없다는 것…자영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ㅠㅠ

류: 저는 그래도 만족해요~ 변호사가 하는 책방이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사람들이 호기심 가지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로스쿨생들도 많이 오고 있구요.

김: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최: 아무래도 변호사 업무만 하실 때와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 단점은 아무래도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을 때보다 불안정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변호사라면 결국에는 자기 사업을 해야 하니 언젠가는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장점은 정말 많은데 우선 송무 중압감에서 벗어난 점이죠. 그리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내가 원했던 문화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최: 저도 변호사지만 가끔 변호사일 말고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도 저와 비슷할 것 같아요. 자영업을 꿈꾸는 변호사님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류: 우선 저는 하고 싶은 일은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 해봤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 리스크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도 책방이 많은 비용이 들거나 책방이 실패했을 경우에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면 시도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리스크를 가져가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봐요.

김: 다른 업종과 변호사 일의 연결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변호사가 다른 일 한다고 라이센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변호사는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류: 맞아요. 본업과 병행하여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본업을 좀 줄이면서 다른 일을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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