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정부 방역지침과 국민기본권 보장의 균형이 필요하다

2021-09-09 61

정부 방역지침과 국민기본권 보장의 균형이 필요하다

-작성: 류하경 회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과 ‘집회·시위의 자유’가 충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방역을 빌미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원천봉쇄하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며칠 전 구속되었다.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을 비난했고 경찰은 발빠르게 민주노총 사무실을 뜯고 들어갔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난 9. 3. 대통령후보 경선행사를 대규모로 열어 지지자들 수백명이 밀집/밀접, 대화, 고성, 신체접촉 등 방역지침을 명백히 위반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민주노총이 자체 방역대책을 충실히 시행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처럼 방역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형평에 어긋나며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들이 많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집회를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집회 주최 측도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815집회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2020. 8. 14. 서울행정법원은 서울특별시장의 집회금지처분 중 3건에 대하여 효력정지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감염병 확산 우려가 합리적 근거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면서, 집회의 장소 방법 인원수 방역수칙 등을 지시 하여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개최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처분은 집회의 자유의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집회 신고한 인원과 실제 참여인원의 차이 가능성, 소규모 단시간집회의 동시다발적 진행 시 집회의 대규모화 가능성, 신체적 밀착을 수반하는 집회의 현실적 특성상 집회금지령이 감염병 전파예방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집회의 인원・방법・시간 등을 제한하는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방안이 가능한 점, ②해당 집회주최자들이 과거 개최한 집회에서 자체적 방역대책을 시행한 점, ③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관련하여 실내활동이나 영업활동의 전면 금지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옥외집회의 전면금지가 아닌 대안적 해결책 모색 이 가능한 점, ④8월 초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 집회로 인하여 코로나19가 확산되었다는 근거는 없는 점 등을 들어 집회금지처분 효력정지신청을 인용했다. 이처럼 법원은 이미 일응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계속하여 집회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위헌적 행태라 볼 수 있다.

클레멍 불레 UN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미 2020년 4월에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권리에 대한 10대 원칙에서 이를 분명하게 제시한 바 있다. 원칙에서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중대한 감염병 확산 가능성 차단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라는 공익에 해당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 도입에 이르지 않는 한에서는 헌법적으로는 정당화된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제한은 가능하되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예전에는 집시법에 따라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의 직접적, 가시적, 제한적 위험과의 비교형량을 통하여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었다면, 이제는 강력한 전염이 가져올 간접적, 잠재적, 확산적 위험까지도 그 비교형량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그 ‘위험’발생이 불확실하고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맹점이다. 즉 코로나19 방역관련 기본권 제한 과정에 있어서 구체적, 과학적 사실 확정이 아닌 정부 또는 정치집단의 당위성 판단, 여론 추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우려가 커졌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명시된 기본권 중에서도 상위가치에 해당한다. 헌법전문에서 3.1운동과 4.19정신을 언급하며 행동하는 국민의 집회결사가 국가설립의 기반이 되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각종 자본이 열악한 민중은 기본적 인권, 시대적 과제를 제시할 수단이 마땅찮다.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고 집단의 힘으로 관철하는 방법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국민이 사법절차, 행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렸다.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집단적 결사의 힘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집회, 박근혜 정권 탄핵 집회 등이 이를 확인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회를 보기 어려워졌다. 국민 스스로 조심하는 부분도 있겠으나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집회결사 자체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점이 주요하다.

과잉금지원칙을 지키기 바란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거나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방역과 표현의 자유는 조화 가능하다. 코로나19는 중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더라도 또 어떤 질병이 닥칠지 모른다. 그때마다 이렇게 국민을 침묵 속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다. 과거 ‘반공’이 전가의 보도가 되어 국민을 ‘영혼 살인’하고 독재를 지속하는 수단이 된 것처럼 ‘방역’ 역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침묵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이제 균형과 공존을 이야기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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