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법원의 민변에 대한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 손해배상 사건 기각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

2021-07-13 97

[논평]

대법원의 민변에 대한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 손해배상 사건 기각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

 

대법원은 우리 모임이 국가와 전 남대문경찰서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관련하여 국가와 남대문경찰서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것으로 오인보도될 우려가 있어, 이 판결의 의미는 2013년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의 불법행위는 인정하되 다만 집회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소송에서의 원고는 단체인 민변이 아니라 소속 변호사 개인이 되어야한다는 민사소송법상 원고 적격에 대한 판단임을 밝힌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민변이 주최한 집회를 국가공권력이 방해하고 불법체포한 사안임에도 민변을 손해배상받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유감이다.

 

이번 판결은 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피고 대한민국, 당시 남대문경찰서장과 남대문경비과장을 상대로 2013년 7월 24일과 25일 양일간 대한문 앞 민변 주최 집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집회방해 및 불법체포·감금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 손해배상 사건이다.

 

2013년 경찰(남대문경찰서)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구역에 화단을 설치하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막아 위 구역을 실질적인 집회금지구역으로 만들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2012년 3월까지 모두 22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하여 추모하고자 쌍용차 노동조합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조문을 하는 등 대한문 앞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이 되자 이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민변 노동위원회가 2013. 7. 6. 대한문 앞에 집회신고를 하였으나 경찰은 이에 대하여 제한통보처분을 하였고, 우리 모임은 위 처분에 대하여 효력정지신청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인용하여 승소 후 법원 결정에 따라 집회를 다시 개최하였다. 2013. 7. 24. 집회를 다시 진행하였으나 경찰은 집회장소 2/3 이상의 범위 안에 병력을 도열시켜 실질적으로 집회가 개최될 수 없도록 방해하였다. 다음 날인 7. 25. 변호사들이 법원의 결정을 설명하고 경찰의 퇴거를 요청하였으나 철수하지 않았고 변호사들이 경찰을 밀어내려 시도하자 경찰은 오히려 특수공무집행방해의 혐의로 회원 권영국, 류하경 변호사를 현행범 체포하였다.

 

이후 검찰은 민변 회원인 이덕우, 권영국, 송영섭, 김태욱, 김유정, 류하경 변호사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으나, 1심, 2심, 3심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하여 전원 무죄가 선고되었다. 판결문에 의하면 경찰의 공권력행사가 위법하므로 변호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였다는 것이다.

 

2013. 8.경 우리 모임은 대한민국과 경찰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 1심에서 승소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3가단5119952). 그러나 2심은 민변을 집회주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에서 이번에 2심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확정된 것이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위법했다는 점은 법원도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다. 다만 2심과 대법원은 집회신고서에 쓰인 집회주최자가 민변이 아닌 ‘민변 노동위원회’인 점, 집회 당시 참석자가 십여 명에 불과하여 민변 전체 회원에 비할 때 소수여서 실질적으로 민변이 주최가 된 집회라 볼 수 없는 점을 들어 민변이 손해배상 주체가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집시법이 집회를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집회의 주최자는 신고서에 기재된 형식이 아니라 실제 집회 주최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신고서에 민변 노동위원회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실질은 민변의 결정으로 주최한 집회인 점, 노동위원회는 민변의 내부 조직 중 하나로서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될 수 있는 것은 법인격이 있는 민변이지 일개 위원회가 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부당하다. 개인이 아닌 단체 이름으로 개최한 집회임에도 집회 참석 인원이 적은 경우 단체 이름의 집회가 아닌 셈이 되었다.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집회가 신고제로 되어 있어 신고서 주최란에는 법인격이 아니더라도 자유로이 기재하게 되어 있는 현 제도와 상충된다. 집회 신고를 법인격이 있는 단체로 기재하지 않고 그 일부 단위로 기재할 경우, 그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주최 단체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

 

20217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도형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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