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멋진회원’, 조혜인 변호사를 만나다
인터뷰어: 서성민 (편집: 서성민, 허진선)
코로나19 상황 및 일정 조율의 문제로 이번 인터뷰는 줌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서성민(이하 ‘서’): 조혜인 변호사님 얼마 전 민변 제34차 정기총회 때 자주 앞으로 나오셨죠. 총회에 참석하신 회원들은 익숙하실 텐데 참석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혜인(이하 ‘조’): 저는 민변에 2011년도에 가입을 해서 활동을 시작했구요. 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활동을 했고 소수자인권위원장이 되었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 있습니다.
서: 너무 뻔한 질문이지만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 민변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 사실 원래는 다른 진로를 가보고 싶었으나 적당한 진로를 찾지 못해서 결국 사법시험을 보고 변호사가 되게 되었어요. 민변 가입은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변호사가 되면 당연히 민변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변호사로서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런 선후배 집단이 있는 곳이 민변이라 생각했어요. 법조인은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다른 재미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적당한 진로를 찾지 못했어요. (웃음)
서: 민변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분이나 개인적으로 친한 분이 민변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떠세요?
조: 민변은 원래 알고 있었죠. 소수자인권위원회의 경우에는 희망을만드는법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한가람 변호사가 가입해있으면서 소수자인권위 가입하라고 권유를 했습니다. 관심 있는 위원회이기도 했구요.
서: 보통 평일에 인터뷰 요청을 드리는데, 이번 인터뷰는 주말에 진행하게 됐죠. 조혜인 변호사님은 전화 연결 자체가 힘드셨어요. 정말 바쁘신 것 같아요. 요즘 어떻게 활동하고 계신지요?
조: 올해는 거의 차별금지법 관련한 활동이 제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17년에 재출범을 하게 되었는데, 활동가들이 애를 써서 재출범 이후에 차별금지법을 사회적 논의에 올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2017년 이전 몇 년간 정치권에서 아무도 (차별금지법)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작년에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라는 의견표명이 나오면서 이제 조금 (차별금지법이 논의) 궤도에 올라간 상황이에요. 얼마 전에 이상민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요.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에 관한 논의를 진전시켜서 본회의까지 빨리 올리지 않으면 앞으로의 논의가 많이 힘들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든 성과를 남기기 위해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제9차 목요행동 (민변 참여) 사진, 우측 두 번째 조혜인 변호사
서: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에 처음 합류하게 된 경위는 어떻게 되세요?
조: 2011년도에 변호사가 되었던 시기예요. 2010년도 하반기 변호사 실무수습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했어요. 그때 차별금지법 관련한 활동을 같이 했다가 낚였던 것 같아요.(웃음) 곧 변호사가 될 사람이니 차별금지법 활동을 같이 해보자고 활동가님이 제안을 해주셨죠. 2007년 차별금지법 논쟁 이후에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는 반차별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가 있었는데 2010년도 말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대체를 더 큰 연대체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그렇게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만들어졌고 저는 차제연 발족 때부터 함께 하여 계속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활동들이 그렇듯이 처음에 우연히 발을 들였다가 나가지 못하게 되고(웃음)… 2021년까지 이 활동을 하게 될지 정말 몰랐어요. 이 정도 시기면 당연히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있을 줄 알았습니다.
서: 2017년도에 차제연이 재출범했다고 하셨는데요, 발족 이후에 차제연 활동이 뜸했다가 2017년도부터 본격으로 활동한 것인가요?
조: 차제연이 만들어진 2011년 당시에는 활발하게 활동을 했어요. 국회에서도 법이 꾸준히 발의가 됐고 국내외적으로도 차별금지법을 만들라는 요구가 있어서 법무부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TF를 구성했구요. 그러다가 2013년도에 국회에서 차별금지에 관한 법안 두 개를 발의했는데 항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해서 2달 만에 철회했죠. 그 사태 이후로 차금법이 완전히 금기어가 되었어요. 국회에서도 그 법을 발의하려 하지 않고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전까지는 논의의 큰 진전이 없더라도 차별금지법이 발의도 되고, 국정과제에도 들어가고 그런 상황이었는데 2013년 철회사태 이후로 완전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예요. 당시 정부나 국회에 만들라는 요구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당분간은 각자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쌓아나가기로 하면서 연대체 전반적 활동은 휴지기를 갖는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러다 2017년 재출범하기 직전 촛불 국면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활발한 상황이 있었죠.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불평등, 혐오 등 여러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 되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요구가 다시 거세게 나오게 된 거죠. 그런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다시 가동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나오면서 2017년도 다시 출범을 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서: 집행위원장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조: 재출범할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원래는 사무국 체제였다가 2017년 재출범하면서 집행위원회 꾸리고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서: 요새 국회의원들 인터뷰를 보면, 차별금지법안 발의한 의원실에 하루종일 항의전화가 온다고 하던데요. 어떤 내용으로 항의가 들어오는 걸까요?
조: 2013년에 법안 철회되었던 상황에서 항의하셨던 분들은 종교를 명목으로 항의하신 분들이죠. 주로 성소수자 인권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 분들이고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같은 내용이 법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주였구요. 그때부터 반대 입장도 다양해지면서 지금은 이주민이나 이슬람에 대한 반대, 이런 이야기들도 거세게 하시는 상황이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56개 단체에서 함께하는 큰 연대체예요.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함께하게 된 것은 ‘누군가의 인권을 반대한다, 법의 보호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얼마만큼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가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서 실제로 그 주장들이 계속 나오면서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죠.
왜냐하면 그 분들이 2013년 철회사태 이후로 인권과 관련된, 평등과 관련된 주제가 나올 때마다 그 모두에 같은 방식으로 반대를 해오셨거든요. 법률. 조례, 정책 등을 철회시키거나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죠.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이 들어간 법안이 아닌데도 인권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반대해요. (인권과 관련이 있다면) 결국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인데요. 어떤 면에서는 너무 정확한 인지죠. 모든 인권은 서로 연결되어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방식으로 인권조례뿐만 아니라 문화 다양성 조례, 민주시민교육 조례도 철회시키거나 못 만들게 해왔어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차별이나 혐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모두의 인권 수준을 후퇴시키는 것인가를 인지하게 된 굉장히 많은 단체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규모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차제연 소속이 아니더라도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 차금법 관련된 연대체가 생겼어요. 조례를 둘러싼 지역 싸움도 있기 때문이에요.
서: 여러 지자체에서도 민주시민교육 조례만 가지도고 많은 반대가 있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에 민변 유튜브 채널에 변호사님 출연한 영상에 ‘악성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하던데요. 혹시 보셨나요?
조: 민변 유튜브 채널에 달린 많은 댓글은 되게 점잖더라구요. 변호사 단체가 올린 영상이라 그런가(웃음). 다른 데 달린 댓글을 보면 어떤 존재를 그냥 반대한다, 너희 같은 존재는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노골적으로 메세지를 남기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게 몇 년 동안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지속되어 왔죠.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공공연하게 이야기가 되는 것 같고요. 성소수자, 이주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종북’과 ‘빨갱이’에 대한 혐오 표현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반응들을 ‘혐오표현’이라고 단순히 규정짓기 보다는 그런 표현이 나왔을 때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몇몇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문제적이다라고 명확하게 지적하는 분위기라면 그런 표현들이 그렇게까지 파급력을 갖거나 영향력을 갖거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낳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는 몇 년 동안 그런 표현들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있어왔죠. 오히려 정치인들이 그런 혐오표현을 하기도 하구요. 청문회에서 ‘동성애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하구요,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나서서 그런 표현들을 주장하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존중해야 할 의견인 것처럼, ‘저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다’ 이런 식으로 ‘대우’해 준 것이 큰 문제였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 표현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징표이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이 있는가에 대한 징표요. 이런 상황을 계속 허용하면 표현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가게 되는, 차별적 행동, 폭력적 행동으로까지 나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표현을 하지 말라는 문제이기보다는 그런 표현이 나오게 하는, 사회의 차별적 분위기를 바꾸자. 그런 것들이 더 나오지 못하도록 사회에서 제어를 하자. 그런 대응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짱간이 간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유튜브 채널)’ 캡쳐 https://youtu.be/49yNSpMFFRo
서: 범죄 수준의 표현이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선을 넘어선 표현에 대해서 고발을 하자는 의견은 없었나요?
조: 범죄가 되는 경우 고소, 고발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작년 여름 성소수자운동진영에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지하철 광고를 게재했어요. 성소수자는 시민이고 동료들이다라는 의미였죠. 게시되자마자 누군가가 찢었어요. 다양한 고민을 했죠.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이기 때문에 고소를 했는데, 이런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이런 증오범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캠페인을 통해서 사람들이 거기(지하철 광고가 게재된 곳) 가서 새롭게 게재된 광고에 응원하는 포스트잇 같은 것을 붙이고 직접 자리를 지키고 하는 활동들을 함께 했어요.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분과 동시에 거기에만 한정되지 않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캠페인, 서로를 북돋우는 활동이 같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20. 8. 7.자 아이다호 광고 모습 (사진 출처: 박한희, 3박 4일 동안 신촌역 광고판을 지킨 이유, 2020. 9. 20. 오마이뉴스)
서: 최근에 소수자인권원원장이 되셨는데요. 어떤 위원회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 소수자인권위원회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위원회이고 소수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대응하는 위원회입니다.
서: 소수자인권위원회하면 성소수자인권문제나 장애인권, 이렇게 쉽게 나누어 생각하게 되고, 다른 분야들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부분도 있을까요?
조: 성소수자인권문제, 장애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제일 많이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팀이 꾸려져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만 한정되지 않고 상시적인 모임으로 공익인권변론센터에 수용자인권증진모임이 있어요. 여러 가지 다른 모임들과 결합해서 활동하는 모임인데 여기서 수용자 인권에 관한 연구도 하고 소송이나 진정 대응을 합니다.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이에 대응하는 활동을 수용자인권증진모임과 같이 해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응도 꾸준히 해온 활동입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이라는 연대체에 함께 해왔는데 이 연대체가 해소되면서 ‘인권운동더하기 인권정책팀’에 (소수자위가) 다시 결합을 해서 법무부 인권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대응하는 연대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이나 위원장 인선 절차 문제, 인권정책기본법 등에 대응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어떤 결정들이 나오는지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또 현재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노인인권 문제나 탈북민 문제도 저희 위원회에서 다루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 2011년도 한가람 변호사님 통해서 위원회에 들어가셨다고. 민변 가입 10년 만에 위원장이 되신 것이죠.
조: 영광이죠.
서: 위원장이시니까 위원회 소개도 계속하게 되시고, 어떤 활동한다고 말씀하실 기회가 많으실 것 같아요. 자랑도 가능하실까요?
조: 소수자인권위원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하면 소수자라는 주제 자체가 폭넓은 주제잖아요. 정말 다양한 이슈에 열려 있는 위원회인 것 같아요. 같이 참여하고 계시는 위원들도 새롭게 제기되는 소수자 이슈들에 열려 있고 항상 그런 이야기들을 경청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주로 모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소수자인권위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외부 전문가님들을 모셔서 강연을 듣거나 간담회를 여는 활동들을 해왔는데, 장애, 성소수자 관련해서 꾸준히 강연을 열어온 것은 물론이고, HIV/AIDS 감염인 인권, 약물과 인권, 양심적 병역거부 등 위원들이 제안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활동가·전문가를 초빙해서 이야기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4·20 장애차별철폐의 날,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퀴어문화축제 등의 외부행사들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고 결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구요. 관심 있는 소수자 이슈가 있다면 지금까지 소수자위에서 다루어온 이슈가 아니더라도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자고 제안해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서: 소수자위원회는 몇 분의 회원이 활동하시나요? 주로 어떤 관심사를 가지신 분들이 계시나요?
조: 제가 위원장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위원 수는 총회 자료집을 찾아봐야 알 것 같아요(웃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차별 사유로 열거되어있는 사유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그게 다 소수자위 관심 이슈가 될 수 있지요. 이주 관련해서는 민변의 여러 위원회에서 이슈를 나눠 다루고 있는데 이주민이나 외국인 인권 전반에 관심이 있어 소수자위에 들어오신 위원분들도 있으시고 노인 인권에 관심 있는 분도 있고, 각자 관심분야가 다양해요.
서: 노인인권에 있어서도 대응이 필요하지만 활동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이외에 위원장으로서 활동하실 때 이런 부분 앞으로 해보면 좋겠다, 집중해볼 만하다는 것 있으신지요?
조: 소수자위가 정확히 몇 년도에 시작됐는지 다시 찾아봐야할 것 같은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위원회로서 활동의 안정성을 더 높일 필요가 있는 것 같구요, 외부 활동뿐만 아니라 민변 내부적으로도 소수자인권 문제를 잘 모르시는 회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민변 내부에서도 소수자인권 이슈를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위원회 내부에서 아직 고민하고 있는 건데요, 각 소수자 이슈마다 고유한 대응들이 있지만 공통기반 중 하나는 차별의 문제거든요. 차별이 이뤄지는 매커니즘과 그에 대항하는 법리가 소수자인권 문제의 공통된 부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차별의 법리, 평등권의 문제에 대해서 위원회에서 같이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그에 대한 활동을 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소수자인권위가 차제연 주관위원회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관련해서) 전문성을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진선(이하 ‘허’): 공익변호사로서 활동하시면서 위원장까지 병행하시기에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위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 포부 같은 게 있으시다면요?
조: 바쁜 건 저 뿐만 아니라 민변 회원님들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다만, 민변 소수자인권위말고 민변 전체 집행부의 활동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위원장이 되어서 그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제 그냥 한 명의 회원이 아니라 집행부원으로서 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많이 배워서 그 안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심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민변 전체 안에서 소수자위는 또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 지난 총회에서 상을 몇 개 받으셨었죠?
조: 개인적으로는 멋진회원상만 받은거구요(웃음). 소수자위의 위원들이 상을 고르게 많이 받으셨죠.
서: 멋진회원상은 상근자분들께서 수상자를 정하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받으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조: 수상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알고 너무 놀랍고 감사했어요. 다른 것보다도 민변의 여러 상근자분들이 이제는 진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격려와 응원을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서: 요새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조: 다른 활동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닌데 80퍼센트가 거의 차별금지법 활동인 것 같아요. 체력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틈틈이 쉬어줘야 해요.
서: 변호사업무, 법적인 분야를 다 떠나서 여가생활이나 개인적으로는 어떤 것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조: 저는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웃음). 남들 하는 것처럼 만화 보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사람이구요. 여가가 있기는 하냐고 해주셨는데,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뭐를 많이 할 수는 없지만 되도록 시간을 조금씩 내서 자연에 가까이 가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산에 가거나 캠핑가거나. 틈틈이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허: 총회 때 원래 캠핑 계획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조: 제가 위원장 되기 전이라 안이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줌으로 들으면 되지 않나하는(웃음). 이런 얘기를 실을 필요는 없겠지만, 요즘 캠핑 붐이라서 사이트를 되게 어렵게 예약했거든요. (웃음) 근데 모 상근자님이 무슨 소리냐고, 총회 와야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아, 내가 위원장 일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구나하고 반성했죠. 원래도 총회에 갔어야 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덕분에 상도 받았구요.
서: 그동안 민변 회원으로 있으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조: 소수자위에서 대리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건들은 판결이 아직 안 나온 사건이 대부분이라 뽑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실질 참여를 했던 사건들은 아니지만 소수자위에서 주로 진행한 최근 사건들 중에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하나는 2017년도 인권위 진정 사건이에요. 문화재청에서 만든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경복궁 등 고궁에 들어가는 사람들한테 한복 입으면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거든요. 그런데 여성은 어떤 종류의 ‘여성 한복’을 입어야 하고 남성은 어떤 종류의 ‘남성 한복’을 입어야지만 입장료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라인 속 성별을) 크로스해서 한복을 입는다거나 성별 정체성에 따라서 자신의 성별 표현에 맞는 한복을 입는데,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그냥 외모를 보고 성별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후 가이드라인에 없는 복장이라고 막아서고 하는 일들이 계속 발생했어요. 그래서 성별 이분법적인 표현을 강요하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문제제기가 많았죠. 민변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면서 같이 대응해보자라는 이야기가 모아져서 민변의 소수자위와 공익인권변론센터 대리인단이 꾸려졌어요. 이 사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모범적인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권위 진정을 했는데 단순히 진정만 한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제기도 함께 했어요. 먼저 보도자료를 내면서 진정인을 모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거의 100명 가까운 진정인이 모였어요.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리인단들이 다양한 한복을 입는 퍼포먼스를 했고 기사도 많이 났어요. 성별표현에 따른 차별이라는 인권위 시정 권고도 받아냈구요.
또 하나는 이번에 (총회에서) 상 받았던 장애인활동지원법 위헌소송 대리인단 활동이에요. 대리인단 활동이 눈부셨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문제제기를 해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냈죠. 저는 명의참여만 하고 실질 참여는 하지 못했는데 많은 소수자위원들이 참여를 하셔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온 중요한 사건입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 지금 하고 있는 활동 외에 앞으로 해보고 싶은 다른 일이 있으신가요?
조: 지금 차별금지법 활동에 몰입하고 있어서 다른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는 않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한동안은 이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관한 연구와 후속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해외에 비해 한국은 차별에 관한 판례가 굉장히 부족해요. 남녀고용평등법의 역사가 긴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차별 법리를 설시하며 내려진 판결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일반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을 때 차별 법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쌓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법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변호사들이 좋은 판례를 만드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 뿐만 아니라 민변의 다양한 변호사님들이 그 역할을 함께 하게 되실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런 역할들을 해오고 계시지만요.
서: 마지막으로 필수질문입니다. 조혜인 변호사님에게 민변이란?
조: 든든한 빽(back) 중에 하나. 고민이 있거나 활동해나가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동료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요. 실제로 민변 활동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저에겐 늘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든든한 빽. 제가 다른 회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