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021. 4. 26.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신속한 도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위 계획의 주요 요지는, ①사회적·경제적 약자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피의자가 ②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요구 통지를 받은 경우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고, ③선정된 국선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종결시까지, ④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변호인 조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지난 20대 국회 당시 피의자국선변호인제도와 관련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개정안이 정부에 의해 제출된 바도 있다. 그러나 위 피의자국선변호인 제도는 제도운영의 주체, 조력을 제공받는 당사자의 범위, 당해 변호인의 조력 시기(피의자가 기소된 이후 당해 피의자국선변호인의 조력 불가) 등에 대하여 다양한 이견이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제출되었고, 위 개정안들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 초기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권을 피의자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신속한 도입 방침을 정부가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검토를 요한다.
첫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대상자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미성년자, 70세 이상인 자, 농아자,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경우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경우 형사절차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렵거나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반면 사선 변호인의 조력을 구할 자력이 부족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혐의의 경중에 따라 달라진다 할 수 없으므로 필요적 국선의 요건에서 법정형의 요건은 삭제함이 타당하다. 또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형사절차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외국인을 사회적 약자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형사공공변호인제도 운영주체의 독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법무부-법원-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독립적 운영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구체적인 청사진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변호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운영주체는 독립된 제3의 기구로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현재 국선변호제도는 피의자국선변호, 논스톱국선변호, 피고인국선변호, 피해자국선대리 등 여러 제도가 병행하여 운영되고 있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이와 같이 현재 운영중인 관련 제도들과 입체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소 전 단계에서 선임된 국선변호사는 수사 과정에 참여하면서 당해 사건의 구체적 쟁점에 대해 충실히 이해하게 될 것이므로, 피의자가 기소되어 피고인으로 전환된 이후까지 당해 변호인이 계속하여 조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성안되어야 한다.
넷째, 법무부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피의자 국선변호만을 담당하는 전담변호사와 사건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비전담 변호사로 구별하여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의자의 변호인 조력권을 실질화한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가 바람직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모든 수사기관 인근에 국가가 고용한 형사공공변호인이 상주하면서 이들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필요한 법적 조언을 제공하고 수사 초기부터 곧바로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법무부는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우리 모임은 정부가 앞서 살펴본 고려 요소들을 반영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신속히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2021. 4.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성 창 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