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논평]강제집행 과정에서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한 법원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70836 판결에 부쳐
[논평]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한 법원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70836 판결에 부쳐
1. 2021년 4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서울 종로구 소재 궁중족발을 운영하던 김우식씨가 국가와 건물주, 용역회사, 용역 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 판단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 원고 김씨는 지난 2017년 10월 경 궁중족발 건물의 명도를 위한 강제집행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반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집행관의 위법행위를 인정하여 국가에 대하여는 국가배상책임을, 강제집행에 동원된 용역 직원과 용역회사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 및 사용자책임을, 집행에 불법적으로 참여한 임대인에게는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특히 집행관이 사용하는 집행보조자가 사람을 끌어내는 적극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한을 벗어나 위법하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이는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행하던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폭력행사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서, 인권침해적인 강제집행 현장에 종지부를 찍는 기념비적 판결이었다.
3.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채무자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용역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 할 여지를 남겨두는 등 기존 원심 판결에서 보여준 집행에 대한 법원의 진전된 인식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4.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1) 신체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와 그 강제력 행사 범위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엄격하게 정하여 지는 것인데, 현행 민사집행법상 집행관이 동원한 노무자가 그러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이 채무자에 대한 대인적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잘못되었다. 만약 위와 같은 논리에 의한다면 경찰이나 군인이 진압, 체포 및 저항 배제를 위하여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2) 또한, 재판부는 원고에게 발생한 상해에 대한 집행관 및 용역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원고는 용역들에 대하여 저항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단순히 쫓겨나지 않기 위하여 지지물을 붙들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4~5명의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 원고의 팔 다리 및 허리띠 등을 무리하게 잡아끄는 과정에서 지지물을 붙들고 있던 원고의 손가락의 일부가 잘려나갈뻔한 상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원고의 상해에 대하여 용역업체 직원들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집행관 역시 집행에 참여하는 용역에게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점은 명백하다.
5. 궁중족발 임차인 손가락 절단 사건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인권침해 행위에 대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더 이상 그러한 야만적인 방식의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반성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이러한 반성 속에서 법원행정처는 지난 4월 1일부터 ‘부동산 등의 인도집행 절차 등에서 업무처리지침’ 예규를 시행하여 집행관이 집행과정에서 채무자등에 대한 기본권이 훼손되지 않고 존중될 수 있도록 배려할 의무를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원 내의 인식은 위와 같은 변화를 쫓아오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6. 원고는 이번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여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로잡길 기대한다.
2021년 4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